Toto - Falling In Between (2006)


때론 ‘거장’이라는 단어에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많은 대중의 인기와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이 ‘거장’이라는 단어로 탈바꿈해 해당 아티스트를 수식할 때엔, 왠지 모를 강압을 느끼곤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다수의 의견이 뭉쳐 혹시 있을지 모를 소수의 반대를 암묵적으로 억압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쯤 생각해 보게 된다. 예를 들어 Toto와 같은 밴드를 ‘별로’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 그렇게 심각한 얘기는 아니다. 단지 Toto의 지나치게 매끈한 팝음악이 조금 거슬렸을 뿐이랄까. 분명 비르투오소 집단임이 틀림없는 이 괴물들이 내놓는 음악들은 너무나 절제되고 너무나 감미로워서 혹시 '금욕의 계'라도 결성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참아도 정도껏 참아야지, 심하면 병나요. (아, Toto의 음악이 쉬워보여도 연주하기 어렵다는 말은 제발 여기서 하지 말자, 내 말은 철저히 감상자의 관점이지 연주자의 시선이 아니니까)


Toto 에 대해 이런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뿐이길 바라지만, 설령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가 또 있다 하더라도 Toto의 2006년 앨범 [Falling In Between]을 듣다보면 생각이 좀 바뀔지도 모른다. 이들이 절제의 미학에 몰두한 것은 여전(!)하지만, 적어도 수록곡들이 풍기는 기운은 전작들보다 훨씬 강렬해졌기 때문이다.

첫 곡인 ‘Falling In Between’에서부터 그런 경향은 두드러지는데, 반복되는 피아노 리프와 몽롱한 보컬 멜로디의 오프닝을 지나면 Steve Lukather의 기타와 Bobby Kimball의 보컬이 말 그대로 터져 나온다. 드라마틱한 곡의 구성이나 인도풍의 스케일의 사용 등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노래가 Toto의 히트곡들과는 그 스타일이 적잖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중반 이후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의 연주는 프로그레시브 음악에 가깝다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외에도 [Falling In Between]에 Rock의 기운이 (상대적으로) 가득하다는 증거는 ‘Taint Your World’나 ‘No End In Sight’ 같은 노래들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No End In Sight’에서 들려주는 Bobby Kimball의 목소리(노래 앞부분은 Steve Lukather)와 나이를 잊은 밴드의 연주는 놀라울 뿐이며, 더욱 타이트해진 구성은 충분한 흡입력을 가진다.

그러나 잊기 쉬운 Toto의 최대 강점은 역시 멜로디다. 주류 대중음악이 멜로디와 코드 중심에서 리듬이 중요시되는 형태로 바뀐 지금, 새삼 멜로디의 중요성을 얘기한다는 것이 조금 시대착오적이긴 하지만, Toto를 기억하게 되는 주된 감성은 바로 그 수려한 멜로디 라인이 아니었던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빈틈없는 연주는 경외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때론 숨 막히는 무기체(無機體)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비인간적인 어떤 것.


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는 연주와는 별개로 대체로 따뜻한 인간미를 동반한다. 앨범의 첫 번째 싱글이었던 ‘Bottom Of You Soul’이나, ‘Simple Life’에서 들려주는 Toto의 멜로디감각은 여전한데, Steve Lukather가 만들고 그가 피아노연주와 보컬을 함께한 ‘Simple Life’같은 곡은, 매우 짧은 곡의 길이 안에서도 그들이 왜 한 때 엄청난 대중적 지지를 받았는지 충분히 알아챌 수 있는 곡이다. 아마도 이 노래가 Toto의 기존 히트곡들에 가장 가까운 형태의 곡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매력적인.

자주 듣는 곡은 ‘Bottom Of You Soul’과 ‘Simple Life’, 그리고 ‘No End 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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