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zzy Osbourne - Live At Budokan (2002)

오지 오스본은 어쩌면 대운(大運)을 상징하는 태몽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가 이 뮤직 비즈니스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이유로 단순한 운이 아닌, 뮤지션으로서 그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적잖은 악재 속에서도 뛰어난 기타리스트들을 만나고 히트곡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바라보자면, 이건 하늘이 준 행운이 그를 뒤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가능할 정도다.

헤비메틀의 기념비적 기타리스트인 토니 아이오미를 만나 예의 그 ‘저주스런’ 목소리로 어둠의 지배자가 되었으며, 팀에서 나와 약물과 음주로 방황하다가도, 좌청룡 우백호에 비유할 수 있는 특급 연주자들을 언제나 옆에 두었던 인물. 이제는 귀여운(?) 할아버지의 얼굴이 되어버린 이 어둠의 황제는, 그렇게 신이(혹은 악마가) 점지해준 최적의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왔다.

 


2002년에 발매된 오지 오스본의 라이브 앨범, [Live At Budokan]은 21세기가 되었어도 여전한 그의 영향력을 감지할 수 있는 좋은 예다. 또한 89년에 발표한 [No Rest For The Wicked] 이후로 오지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Zakk Wylde의 가공할 피킹 하모닉스를 이 라이브 앨범을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다른 멤버들로는 Robert Trujillo와 Mike Bordin이 각각 베이스와 드럼을 맡고 있는데, 이들은 젊은 피가 흐르는 연주로 이 어둠의 제왕의 뒤를 든든히 받쳐준다.

 


좋은 연주와 멋진 트랙들로 꾸며진 [Live At Budokan]의 한가지 아쉬움을 굳이 꼽자면, 아마도 오지 오스본의 보컬일 것이다. 사실 그의 보컬이 엄청난 테크닉을 요하거나 남과 다른 힘을 보유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 독특한 음색으로 많은 청자들을 그의 음악으로 끌어들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48년생의 오지가 50대에 이르러 발표한 이 라이브 앨범에는, 조금은 힘에 부치는 그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하긴 연주자들에 비해 체력과의 상관관계가 더욱 밀접한 보컬리스트로서는 세월의 흐름 앞에 힘껏 맞서기 어렵긴 하니, 그가 이 긴 세월 버텨 준 것만 해도 그의 팬들로서는 다행이랄까.

트랙 리스트로는 초창기 곡들이 비교적 많고, 그 외에 잭 와일드와의 최대 성공작이었던 [No More Tears]에서 무려 네 곡이 발췌되었다. 또 [Live At Budokan] 바로 이전의 정규앨범이자 현대적인 작법이 많이 엿보였던 [Down To Earth]의 수록곡 세 곡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즐겨 듣는 곡은 바로 위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이었던 ‘Gets Me Through’와 영원한 애청곡인 ‘Bark At The Moon’. 특히 ‘Bark At The Moon’은 Jake E. Lee의 연주와 비교해서 들어보면 재미있다. 잭 와일드의 무지막지한 힘을 느낄 수 있는 라이브 버전이다.

Ozzy Osbourne
- Live At Budokan
(2002)

01. I Don't Know
02. That I Never Had
03. Believer
04. Junkie
05. Mr. Crowley
06. Gets Me Through
07. No More Tears
08. I Don't Want to Change the World
09. Road to Nowhere
10. Crazy Train
11. Mama, I'm Coming Home
12. Bark at the Moon
13. Paran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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