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 / Kung Fu Panda

일개 관객으로서 3D 애니메이션의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영화잡지나 관련 사이트 등을 통해 단편적인 지식을 접할 뿐으로, 관심 있는 부분이 아니어선지 그마저도 곧 잊히기 일쑤이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로 대변되는 초기 장편 작품들을 봤을 때 느꼈던 놀라움과 신기함,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섬세하게 처리된 설리의 털 정도가 3D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애니메이션의 이 한 형태가 하나의 장르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후에는 당연히 여느 영화를 대할 때와 비슷하게 그 외형적인 매력보다는 안에 담긴 내용이 무엇인지에 더 집중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전통적인 동화세상에 대해 발랄한 전복을 꾀했던 <슈렉> 시리즈를 좋아했고 탄탄한 내러티브 속에 큰 웃음을 간직한 브래드 버드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감상했다. 그렇다면 올해 올림픽이 열리는 중국의 문화를 배경으로 잭 블랙의 목소리 연기가 기대되는 <쿵푸팬더>는 어떤 느낌일까.


아이들의 눈높이를 외면할 수 없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서 단지 볼거리 외에 다른 어떤 매력 포인트를 보여준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물론 <슈렉>이 그 경계를 부수며 아이들과 웃고 즐기면서도 어른들 또한 그 신선한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었지만, 그러나 이것은 특수한 경우이고 대개는 가족 애니메이션 특유의 교훈적인 결말과 얼마간 눈을 잡아 끌 수 있는 새로운 기술적 성취에 묶여있거나 주목하게 된다. 존 스티븐슨과 마크 오스본의 <쿵푸팬더>는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쿵푸를 소재로 삼음으로써 일단 현란한 곡예장면 연출의 동기는 마련되었고 도무지 발차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뚱뚱한 팬더가 쿵푸를 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함으로써 이 영화가 외면보다 내면이 중요하며 따라서 결코 포기하지 말고 꿈을 향해 나아가라는 가르침을 담으리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된다.

 


예상대로 <쿵푸팬더>는 지구의 중력에 구애되지 않는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데, 이제는 액션장면을 구현하는데 정형화된 연출처럼 액션의 속도를 자유자재로 늘였다 줄였다 한다. 여기에 유명한 권법의 형태를 그대로 캐릭터화한 등장인물도 재미있고 잭 블랙의 이미지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포의 몸개그도 적당히 웃겨준다. 저 육중한 몸으로 어떻게 전설의 쿵푸 후계자가 되었을까 하는 의문도 이 영화 앞에선 소용없다. 주인공 포는 일견 가벼워 보이는 겉모습 안에 진지한 속마음을 담은 캐릭터로 <쿵푸팬더>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전설의 인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설파하려 노력하고 있으니까.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범접 불가한 절대파워의 소유자이자 위협적인 악역인 타이렁(이안 맥셰인)이 그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다 후덕한 팬더에게 어이없이 일격을 당하는 부분도 우스꽝스럽지만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쿵푸팬더>에서 새로운 어떤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 영화에는 스스로를 새롭게 정의해 줄만큼 기존의 가치관에 대항하는 요소도 없을뿐더러, 적어도 장화 신은 고양이의 잊을 수 없는 눈망울처럼 두고두고 기억날 장면조차 드물다. 동양권 배우들을 포함해 헐리웃의 슈퍼스타들이 포진된 성우진도 그 이름값을 뺀다면 그다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어서 포 역의 잭 블랙과 스승인 시푸를 연기한 더스틴 호프먼의 콤비 플레이만이 빛을 발할 뿐이다. 하긴 기대치가 높은 것이 어디 작품의 탓이겠냐마는 매번 실망시키지 않는 픽사의 애니메이션들과 드림웍스의 <슈렉> 시리즈가 한참 올려놓은 이 잣대가 <쿵푸팬더>에서만은 적용되지 않고 빗겨간다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이건 제 갈 길 찾아 국수의 달인, 아니 쿵푸의 달인이 되어가는 순수한 팬더, 포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한 편의 애니메이션에서조차 뭔가를 남겨먹으려는 이 한 관객의 도둑놈 심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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