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DC - Back In Black (1980)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어두침침한 기억을 되살려 보자면 그땐 점심시간마다 방송반이 틀어주던 음악이 있었다. 선곡의 폭은 의외로 넓었다. 가요가 대부분이었지만 팝도 있었고 간혹 클래식도 들렸던 것 같다. 90년대였던 만큼 너바나나 펄잼 같은 그런지 밴드의 음악도 스피커를 통해 간간이 흘러나왔다. 단 유독 메틀은 듣기 힘들었다. 그래서 당시 방송반에 소속되어있던 한 친구에게 이 노래를 조심스럽게 신청했다. 바로 AC/DC의 ‘Back In Black’. 인트로를 듣던 친구는 어디서 많이 듣던 기타리프에 미소지었다(조작된 내 기억으론 그렇다). 아마도 서태지의 영향이었으리라. 그러나 브라이언 존슨의 쇳소리가 들려오자 금새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왜곡된 내 기억으론 그렇다). 결국 점심시간에 영 형제의 불세출의 기타리프를 온 교정에 퍼뜨리려는 내 자그마한 시도는 불발로 끝이 났다. 하긴 나도 처음엔 그랬다. 브라이언 존슨의 목소리라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으니까.

 


이런 경우가 있다. 새로 접하는 것이 기존의 것과 너무도 다를 때 처음엔 거부감이 들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오히려 빠져드는 경우. [Back In Black], 묵직하게 넘실대는 로큰롤 리프와 온갖 금속성의 물질이 떠오르는 그 목소리에 한번 취하면 빠져나올 수 없었다. 나중에 비교해 본 것이지만 같은 해에 나온 주다스 프리스트의 [British Steel]보다도 강렬했다. 물론 80년대 헤비메틀의 시작이자 그 자체로 상징적 존재가 된 두 앨범의 비교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AC/DC의 [Back In Black]은 그만큼 시대가 지났어도 전혀 구식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옥의 종이 울려 퍼지는 ‘Hells Bells’의 서서히 고조되는 오프닝을 들으면 헤비메틀이라는 장르명을 다른 언어로 설명하는 것은 불필요해 보인다. 이것이 로큰롤, 헤비메틀이다!

후렴구를 좋아했던 ‘You Shook Me All Night Long’, 앵거스 영, 말콤 영의 활기 넘치는 로큰롤 리프에 브라이언 존슨이 성대를 긁어내며 부르짖는 ‘Shake A Leg’도 좋다. 그러나 이 앨범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타이틀 곡인 ‘Back In Black’. 서태지와 아이들이 ‘Rock’n Roll Dance’라는 곡으로 차용했던 그 유명한 ‘Back In Black’의 메인리프는 아마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와 더불어 하드락, 메틀 팬이 아닌 이들에게까지 알려진 유일한 리프가 아닐까 싶다. 어느새 50대가 되었어도 여전히 반바지차림의 스쿨룩으로 젊음을 과시하는 앵거스 영과 멤버들은 노년이라 불리기엔 그 창작력과 활동력이 너무나 왕성하다. AC/DC의 홈페이지에서 그들의 신곡을 들으면서, [Back In Black] 시절과 어쩜 이리도 변하지 않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들은 로큰롤을 통해 사그라지지 않는 젊음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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