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gods - Love (2005)

강력한 디스토션 기타 사운드에 실린 쫄깃한 메틀리프. 펑키한 리듬감은 누노 베텐커트(Nuno Bettencourt)라는 이름을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전세계 기타키즈의 마음 속 우상이 되었고 그가 만든 음악들은 수없이 카피되고 숭배되었다. 그렇게 많은 추종자들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의 출현 이후로 그만큼 독보적인 연주 스타일의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시발주자가 유리한 고지에 서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다시 말하면 그의 스타일이 쉽게 유전될 만큼 시시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Dramagods의 [Love]는 솔로 프로젝트에 주력하던 그가 올해 Extreme 재결성 이전에 내놓은 마지막 앨범이다. 드라마갓즈는 Mourning Widows 이후 결성했던 Population 1으로부터 이름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동일한 멤버 구성의 밴드다. 음악적 주도권을 누노가 쥐고 있다는 사실에도 변함이 없다.

 


그가 익스트림의 해체 후 발표한 음반에서부터 일찌감치 변화는 시작되었다. 통통 튀는 리프의 모양새와 그것에 상반되는 육중했던 기타톤은 적잖이 얌전해지고 가벼워졌으며 기타 연습생의 혼을 쏙 빼놓는 트리키한 솔로들은 음을 많이 아낀 연주로 대체되었다. 주도했던 이가 누노인지 게리 셰론(Gary Cherone)인지는 모르겠지만 익스트림의 음반들에서 간혹 느낄 수 있었던 실험적인 곡 구성은 솔로 활동에 이르러선 90년대를 휩쓴 음악적 조류와의 결합이 의심될 만큼 모두 사라져있었다. 누노가 솔로로서 발을 디딘 그 음악세계는 대개 익스트림 시절을 쉽게 떠올리기 힘들만큼 그때완 다른 지향점을 보여준다.

 

 

DramaGods
Love

01. Megaton
02. Lockdown
03. Bury You
04. Broken
05. Pilots
06. Interface
07. Heavy
08. Something About You
09. Fearless Leader
10. Sometimes
11. S'ok
12. Replay
13. Nice To Meet You
14. Sky


영광의 옛 멤버들과의 재결성 이전 드라마갓즈 혹은 파퓰레이션 1의 최후의 앨범이었던 [Love]는 아마도 또 다른 측면에서 누노의 최고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어차피 익스트림 시절의 음악이 하나의 건드릴 수 없는 고전으로 남아있다면 다른 방향성을 가진 이후의 음악세계에서 [Love]는 하나의 완성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한된 시간 안에 보다 많은 음을 쏟아내거나 손가락에 쥐가 날 것 같은 리프를 연주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끼는 몇몇 기타리스트들의 모습과도 사뭇 다른 것이다.

[Love]를 감상하면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바로 복고적인 하드록과 동시대적인 감각의 효과적인 조합이다. 물론 한창 과거로의 회귀가 록씬에서도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고 누노로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어쨌든 이 앨범의 곡들은 80년대 이전의 하드록에 이르기까지 그 구성상의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기타리프는 복잡할 필요가 없으며 솔로 연주는 음의 낭비 없이 곡의 정점을 정확히 잡아낸다.

‘Heavy’ 같은 트랙에서 느껴지는 과거의 잔재는 묘하게도 진보적인 곡의 느낌과 잘 어울린다. 익스트림 시절과 확연히 다른 곡의 스타일에 누노의 기타솔로 또한 화려하지 않지만 앨범 최고의 연주라 해도 좋을 만큼 인상적인 멜로디를 들려준다. 어디까지나 주관에 의한 판단이나 특별한 테크닉 없이 단지 멜로디만으로 청자를 감동시키는 기타솔로를 ‘Heavy’에서 들을 수 있다. 무한반복의 단순한 기타리프가 이제는 익숙해진 누노의 보컬과 함께 펼쳐지고 4분 19초 즈음에 느릿느릿 정확히 한음한음을 짚어내는 솔로가 등장한다. 순간 이게 과연 우리가 아는 누노의 것인지 귀를 의심케 하지만, 곡이 끝날 때까지 결코 잊을 수 없는 연주로 남는다.

9번 트랙인 ‘Fearless Leader’에서 멜랑콜리한 감성을 단순한 진행 위에 얹어놓으면서 과거의 유산과 동시대적인 세련됨을 함께 이룬 것이라든지, 두 번째 곡인 ‘Lockdown’이나 11번 트랙 ‘S’OK’같은 곡들이 들려주는 누노다운 리듬감은 [Love]가 어느 한 곡을 버릴 수 없는 뛰어난 앨범임을 입증한다. 음반 전체를 수놓는 명료한 멜로디와 신구의 적절한 조합은 [Love]를 빛나게 하는 요소다. 여기에 언제나 그렇듯이 능력의 과시보다 곡 자체에 더 집중하는 누노의 연주는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최근에 익스트림이 재결성되었다. 광적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과거 그들의 앨범을 사듣고 멤버 개개인에 열광했던 한 명의 팬으로서 기뻐해야 함은 당연지사. 그런데 어째 큰 팔 벌려 환영하기가 힘들어졌다. 이미 익스트림이라는 이름에 단번에 떠올려지는 음악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엄밀히 말해서 90년대 전후의 음반들이 진짜 익스트림이다. 내가 듣기에 익스트림의 새앨범은 조금 오묘한 음악을 들려준다. 음악적으로는 누노의 음악색깔의 연장선이면서 왠지 생소해진 게리 셰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젠 누노의 음악엔 누노의 목소리가 더 어울린다. 더구나 [Love]같은 명반을 들은 이후라면 아무리 익스트림이라는 거대한 이름이라도 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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