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Mayer - Where The Light Is: Live In Los Angeles (2008)

잘난 녀석들은 잘난 척을 좀 해줘야 한다. 아직 새파랗게 젊은 내가 그래도 일년 이년 나이를 먹어가면서 한가지 생각의 변화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어렸을 때는 남의 재능에 배 아파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동시대에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질투.

사실은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 노력이 병행되었기에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신이 주신 능력으로 별 힘 안들이고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이른바 ‘잘난 녀석들’인 줄 알았다.

 


근데 언제부턴가 내가 삶을 그럭저럭 잘 보내려면 이런 부류의 인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삶으로부터 무미건조함을 느끼거나, 때론 힘이 들 때, 혹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생각지도 못한 어떤 시기에 내가 항상 음악과 함께 있었음을 자각하면서부터다. 좋은 음악 만들어주는 잘난 이들이 있어야 나도 좀 살만하다.

세상엔 잘 생기고 노래 잘 부르고 기타 잘 치는 사람들이 많고도 많다. 존 메이어(John Mayer)도 그 중 하나다. 이 잘난 친구 역시 스티비 레이 본에 심취한 이후로 무한반복의 연습과정과 좋은 곡을 만들려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이 자리에 올라섰을 것이다. 물론 약간의 운도 따라줬겠지만.

 

John Mayer
Where The Light Is: John Mayer Live In Los Angeles

CD 1
- Acoustic Set:
01. Neon
02. Stop This Train
03. In Your Atmosphere
04. Daughters
05. Free Fallin'
- Trio Set:
06. Everyday I Have The Blues
07. Wait Until Tomorrow
08. Who Did You Think I Was
09. Come When I Call
10. Good Love Is On The Way
11. Out Of My Mind
12. Vultures
13. Bold As Love


CD 2

- Band Set:

01.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

02.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

03. Why Georgia

04. The Heart Of Life

05. I Don't Need No Doctor

06. Gravity

07. I Don't Trust Myself (With Loving You)

08. Belief

09. I'm Gonna Find Another You

 


존 메이어의 라이브앨범 [Where The Light Is]는 2007년 12월 8일 LA의 노키아 극장에서 있었던 공연실황을 담은 음반이다. 세트리스트 안에는 가장 최근 앨범인 [Continnum]의 곡들까지 충실히 담겨있다.

부틀렉을 포함하면 그의 이름으로 되어있는 꽤 많은 수의 라이브 앨범이 존재하는데, 공연에서 연주하는 곡들은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편곡을 가해 모두 정규앨범의 원곡과 다른 매력을 풍긴다. [Where The Light Is]도 마찬가지다.

어쿠스틱, 트리오, 밴드, 이렇게 연주 형태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눠진 [Where The Light Is]의 첫 곡은 ‘Neon’. 어쿠스틱 기타 애호가들로 하여금 또 하나의 난관에 부딪히게 하는 이 노래는 밴드 포맷으로 연주된 [Room For Squares] 버전이 아니라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연주한 [Inside Wants Out] 버전으로 담겨있다. 중간엔 필이 충만한 솔로가 추가되어있다. 다른 악기들 없이 단출한 구성에 듣는 이를 빠져들게 하는 멋진 연주다.

기존에 발표되지 않았던 ‘In Your Atmosphere’나 히트곡 ‘Daughters’등이 연주되는 어쿠스틱 파트는 사실 많은 팬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의 근저나 다름없다. 물론 앨범마다 일렉트릭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들이 포진되어 있긴 하지만 그는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있을 때 더 빛이 난다. 이 앨범은 DVD와 함께 출시가 되었는데, 스포트라이트가 기타를 걸친 채 앉아 있는 그를 비추고 관객들이 조용해지길 기다리다 천천히 한 곡 한 곡 연주하는 존 메이어를 보는 것은 인상적인 경험이다.

John Mayer ‘Free Fallin`’ [Where The Light Is]


백발이 성성한 기타리스트 로비 매킨토시(Robbie McIntosh), 그리고 또 한 명의 연주자 데이빗 라이언 해리스(David Ryan Harris)와 함께 하는 ‘Free Fallin`’(탐 페티의 원곡을 커버한)까지 어쿠스틱 셋 파트를 모두 듣고 나면 트리오가 등장한다. [Try!]와 [Continuum]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스티브 조던(Steve Jordan)과 피노 팔라디노(Pino Palladino)다. 트리오 구성의 연주는 멤피스 슬림(Memphis Slim)의 블루스 고전인 ‘Everyday I Have The Blues’의 커버연주로 시작된다. 이어서 [Try!]앨범의 곡들과 [Continuum]에서의 몇 곡이 연주되는데 ‘Vultures’같은 곡은 앨범버전을 뛰어넘는다. 쫀득쫀득한 리프와 존 메이어의 안정적인 보컬, 그리고 세 사람의 완벽한 호흡이 어우러진 ‘Vultures’는 이 라이브앨범 최고의 트랙 중 하나이다.

John Mayer ‘Vultures’ [Where The Light Is]


밴드 포맷으로 연주된 두 번째 CD는 [Continuum]의 수록곡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나 ‘Gravity’, ‘Belief’같은 곡들 역시 ‘Vultures’와 마찬가지로 앨범에서보다 더욱 풍부한 음들로 연주된다. 특히 ‘I Don’t Trust Myself (With Loving You)’, ‘Belief’에서 확장된 존 메이어의 기타솔로는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어쿠스틱 사운드뿐 아니라 일렉트릭 기타를 통해서도 감상자를 가만두지 않는 그의 능력이 발휘된다. ‘I Don’t Trust Myself (With Loving You)’에서의 후주와 ‘Belief’에서 양쪽의 두 기타리스트와 주고받는 리듬과 솔로연주는 정규앨범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다. 이것만으로도 [Where The Light Is]의 가치가 충분할 정도다. 정말 반복해서 다시 듣게 된다. 이 마지막 파트에선 그의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레퍼토리인 ‘Why Georgia’ 역시 깔끔하게 연주되었다.

John Mayer ‘Belief’ [Where The Light Is]


존 메이어의 음악은 다채로운 감상을 전한다. 리듬이 강조된 그의 연주를 듣고 있자면 엉덩이가 들썩거리기도 하고 차분한 목소리에 심취하고 있으면 때로 위로가 되기도 한다. 능력 있는 아티스트들은 그 일부만 발휘해줘도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다. 최근엔 ‘또’ 그래미상을 받았다 한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그런 상을 획득했다는 자체가 해당 아티스트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순 없어도 적어도 그의 창작활동에 좋은 자극이 될 거란 기대만큼은 들게 만든다. 존 메이어, 아직 젊어서 좋다. 좋은 음악을 들을 날들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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