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ghtry - Leave This Town (2009)

공개 오디션이나 특정 콘테스트를 통해 등장한 뮤지션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소위 예술이라는, 무엇보다 창의성이나 자유로움을 그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영역에서 객관적이거나 기술적인 잣대를 두고 참가자의 당락을 결정하는 행위가 어색할 뿐 아니라, 그 과정이 독창성을 담보로 하는 아티스트를 찾아내는 것이 아닌, 마치 대중에 먹힐 것만 같은 그럴듯한 상품을 골라내는 행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 경로야 어떻든 그것은 해당 아티스트에게 주어진 기회의 한가지 방편이었을 뿐, 나 같은 일개 청자가 애써 꼿꼿한 태도로 볼 필요는 없는 거라고 설득 하는 듯한 뮤지션을 만날 때가 있다. 그리고 한번 더 생각해 보면 그 무언의 설득이 틀린 말은 아니다. 정작 귀를 매혹시키는 것은 아티스트가 만들고 연주하고 부르는 음악이지 그가 어떤 과정을 밟아 무대에 섰는지가 아니니까.



아메리칸 아이돌을 통해 메인스트림 무대에 서게 된 크리스 도트리(Chris Daughtry)가 그런 뮤지션 중 하나이다. 그가 결성한 (엄밀히 말해 그의 메인스트림 데뷔를 위해 결성된) 밴드 도트리(Daughtry)의 음악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형태 중 하나의 외양을 갖추고 있을 뿐이지만, 그 안에서 인상적인 멜로디와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목소리로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Daughtry

Leave This Town

01. You Don't Belong
02. No Surprise
03. Every Time You Turn Around
04. Life After You
05. What I Meant To Say
06. Open Up Your Eyes
07. September
08. Ghost Of Me
09. Learn My Lesson
10. Supernatural
11. Tennessee Line
12. Call Your Name


[Leave This Town]은 셀프 타이틀 데뷔앨범에 이은 도트리의 두 번째 앨범이다.

 

편의상 구분된 여타 장르들도 마찬가지겠으나, 소위 포스트 그런지라 불리는 일련의 음악들도 대개 그 들리는 사운드가 비슷하기 마련이다. 하드락 혹은 메틀, 혹은 그런지 세대의 특징들을 꼬치 꿰듯 연결한 후 유행이라는 동시대의 색깔, 이를테면 보컬리스트의 낮으면서도 걸쭉한 목소리라든지, 정교함보다 리듬감이 강조된 리프의 전형성 같은 요소들을 입혀버린 게 이 장르의 색깔이라면 도트리의 음악도 그렇게 설명될 수 있겠다.

적당히 완급을 조절하다 후렴부에 이르러 ‘팡’ 터지는 디스토션 사운드를 8비트 그루브에 싣는 첫 곡 ‘You Don’t Belong’에서부터 마지막 곡 ‘Call Your Name’의 기타솔로를 지나 후렴구의 멜로디를 반복하는 구절에 이르기까지 그 목소리 참 호쾌하다. 드러낸 머리만큼이나 시원시원하다.

처음 들을 때부터 생소하지 않은 도트리의 음악적 매력은 팝적인 그 멜로디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다. 이름을 빼고 성만 남긴 밴드명으로부터 개인 아티스트라기보다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픈 의지도 엿보이지만 사실 이들의 음악에서 연주자들의 역할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듣는 이를 끌어당기는 좋은 멜로디와 크리스 도트리의 인상적인 목소리가 이 밴드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도트리의 음악에는 컨트리의 색채도 엿보인다. 지글거리는 전자기타 사이사이, 컨트리의 느낌이 배어있는 멜로디가 들린다. ‘No Surpise’나 ‘Life After You’, ‘Tennessee Line’같은 노래들이 그렇다.

[Leave This Town]은 팝과 하드락, 컨트리의 요소들을 듣기 좋게 잘 버무린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플레이리스트에 자주 거는 노래들은 전작의 ‘Home’을 떠올리게 하는 ‘September’, 간지러우면서도 우울한 면을 담고 있는 멜로디 진행이 인상적인 ‘Call Your Name’, 그리고 노래를 듣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거나 머리 속에 계속 맴돌 만큼 강력한 후렴구를 가진 ‘No Sur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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