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랑 - U-Turn (2007)

나이 듦은 종종 동적인 것에서 정적인 상태로의 변화와 동일시되곤 한다.

물론 ‘성장’이나 ‘노화’의 결과가 반드시 시끄러운 것을 버리고 고요함을 택하리라는 법은 없다. 나이 들어갈수록 헤비니스의 데시벨을 올리는 주다스 프리스트 옹들이나, 조금 먼 길을 돌아 드디어 전성기 시절의 강력함을 되찾은 메탈리카 같은 밴드들을 보라. 그들의 음악에 담긴 에너지는 마치 멀어져 가는 젊음을 쉽게 놓아줄 수 없다는 투다.

그러나 김사랑의 세 번째 앨범을 수식하기 위해 한 단어를 찾는다면 ‘성장’이라는 말이 금세 떠오른다. 신선하면서도 당돌했던 전작들의 성격으로부터 궤도를 이탈해, 주변에 대한 나지막한 탐색처럼 들리는 김사랑의 3집 [U-Turn]. 이 앨범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단어가 있을까. 그가 군 생활이라는 긴 공백기를 거친 상황을 고려할 때 ‘성장’은 더욱 쓰기 편리한 어휘가 된다. 소년이 청년이 되어 돌아왔음을 알린 앨범.



군 제대 후 복귀를 알리듯 명명된 [U-Turn]은 말 그대로의 돌아옴을 의미할 수도 있고, 왜곡된 사운드를 가급적 배제하고 자연스러운 악기 본연의 소리로 회귀하려는 그의 음악적 변화를 뜻할 수도 있다.

 

김사랑 U-Turn

01. U-turn
02. 괜찮아
03. 히스테리
04. 위로
05. 하루살이
06. 2등
07. Yellow Planet
08. Mad AI
09. Mud Candy
10. 비 오는 날


엄밀히 말해 [U-Turn]이 종래 없었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 악기 구성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대로이고 실험적인 편곡이나 전범을 찾을 수 없는 멜로디가 삽입된 것도 아니다. 혹자는 이 앨범을 들으면서 몇몇 해외 밴드들과의 유사점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허나 가요에서 듣기 힘든 코드진행과 1집에서부터 드러났던 김사랑 특유의 멜로디라인을 들려주는 이 앨범은 묘한 중독성을 가진다. 전작들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굴레를 억지로 부숴보려는 듯 치기 어린 감성의 충돌이었다면, 3집에선 그 혼돈을 자신의 내면으로 가져와 꼭 끌어안은 느낌이다. 서툰 폭발보다는 정돈된 침잠 같은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우여곡절 많고 혈기왕성했던 시기를 잘 넘긴 청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여전히 어리다고 믿지만 자신도 모르게 철이 든 그런 상태의.

세련된 코드진행과 편안한 악기구성, 그리고 치유의 가능성을 담은 편안한 멜로디가 [U-Turn]의 색깔이다. 앨범 전체를 듣고 있으면 간혹 울적해지기도 하는데, 마음껏 도취 되도 좋을 쓸쓸함이다.

몇 번을 들어도 그 제목과 같은 효과를 유지하는 ‘위로’도 좋고, 매혹적인 코드진행을 들려주는 ‘Yellow Planet’ 같은 곡도 새롭게 들린다. 마지막 트랙인 ‘비오는 날’은 [U-Turn]의 분위기에 정점을 찍듯 그 나른한 멜로디로 귀를 사로잡는다. 최근 발매된 EP [Behind The Melody]에서 ‘A+’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편곡된 ‘2등’이나 강조된 비트 속 우울한 분위기가 일품인 ‘Mud Candy’도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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