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 - Arrival (2001)

80년대에 날고 기는 밴드 중에서도 저니(Journey)는 독보적이었다. 그들의 80년대 마지막 앨범, 즉 공식적인 해체 바로 전 작품인 [Raised On Radio] 역시 로스 밸로리(Ross Valory)와 스티브 스미스(Steve Smith)가 빠진, 닐 숀(Neal Schon), 조나단 케인(Jonathan Cane), 스티브 페리(Steve Perry)의 삼인조 체제만으로 더블 플래티넘의 판매고를 우습게 넘었다. 최전성기라 할 수 있는 80년대 초중반에 공개되었던 그 이전 앨범들은 더 말해 무엇하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저니의 대다수 명곡들이 이미 이때 다 나왔고 당시의 공연 영상소스들을 봐도 이들이 당시 자신들의 성공에 얼마나 들 떠 있었고 그것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는지 느낄 수 있다.

해체의 기미가 보였던 80년대 마지막 앨범 이후 팀은 결국 와해된다. 그러다 90년대 중반 스티브 페리의 복귀와 함께 황금기 멤버들이 다시 모였지만 스티브 페리의 예상하지 못했던 부상이 스케줄에 차질을 입히자 저니는 곧 그를 버리고 만다.



역사에 있어 가정은 부질 없는 짓이나 만약 그때 스티브 페리가 사고를 당하지 않고, 밴드를 떠나지 않았더라면? 그만큼 스티브 페리 없는 저니는 박지성 없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처럼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고, 그는 저니 팬들에게 있어 절대적인 영역이었을 게다. 하드락은 물론 팝 역사에 있어서도 위대한 보컬리스트였던 스티브 페리가 저니를 두 번째로 떠난 상황은 저니의 비극이었음이 분명하다.

저니와 결별한 후로 연예계로부터 은퇴하다시피 한 스티브 페리를 뒤로 하고 저니는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 애를 썼다. 팀은 페리와 목소리도 닮고 얼핏 외모도 닮은 또 다른 스티브를 영입한다. 그가 아넬 피네다가 합류하기 전까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저니의 프론트맨을 맡았던 스티브 오제리(Steve Augery)다.

 

Journey
Arrival (2001)

01. Higher Place
02. All The Way
03. Signs Of Life
04. All The Things
05. Loved By You
06. Livin' To Do
07. World Gone Wild
08. I Got A Reason
09. With Your Love
10. Lifetime Of Dreams
11. Live And Breathe
12. Nothin' Comes Close
13. To Be Alive Again
14. Kiss Me Softly
15. We Will Meet Again


[Arrival]은 스티브 오제리가 팀에 합류한 후 발표한 첫 번째 정규앨범이자 메이저 레이블에서의 저니의 마지막 앨범이 된다. 저니의 디스코그래피 중 오제리의 목소리가 담긴 건 [Arrival]과 [Generation] 두 장뿐이다. [Arrival] 이후 저니의 행보는 모두가 알다시피 마이너 레이블에서 발표한 [Generation]의 실패가 있었고 오제리마저 떠난 자리를 유튜브 스타 아넬 피네다가 메운 [Revelation]의 주목할만한 성공이 있었다.

스티브 오제리는 아넬 피네다처럼 과거의 명곡들을 다시 부를 기회는 얻지 못했다. 물론 보컬리스트가 바뀔 때마다 그들의 히트송들을 재녹음 했다면 페리 없는 저니로부터 등을 돌린 팬들을 구질구질한 방법으로 설득시키려는 시도 같이 느껴졌겠지만 한편으론 오제리가 스튜디오에서 부른 저니의 베스트 트랙들은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유튜브 등에서 그가 몸담았던 시절의 라이브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라이브에서만큼은 스티브 페리와 아넬 피네다의 역량에 뒤쳐져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Arrival]의 수록곡을 살펴 보면 저니 사운드의 흥미로운 변화가 눈에 띈다. 그야말로 70년대 하드락을 들려줬던 초기 곡들을 지나 놀라운 멜로디로 귀를 확 잡아 끌었던 80년대 초중반, 그에 비해 굉장히 끈적한 팝사운드로 변해 있던 [Raised On Radio] 시절, 그리고 재결성 후 발표한 [Trial By Fire]에서 들려준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성인 팝에 비해 [Arrival]은 무척 젊은 감각의 하드락을 선사한다. 스티브 오제리의 목소리는 스티브 페리와 비슷한 허스키한 하이톤이면서도 자기만의 개성을 놓치지 않는다.

Rocking – Ballad - Mid-Tempo로 이어지는 앨범 초반 3단 콤보, 'Higher Place' - 'All The Way' - 'Signs Of Life'의 구성도 좋고 'Be Good To Yourself'를 연상케 하는 'To Be Alive Again'이나 여전히 아름다운 멜로디의 'Kiss Me Softly'도 듣기 좋다. [Arrival]은 대중적인 지지도로 봤을 때 저니의 전성기 이후 첫 실패작임에도 불구하고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트랙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다만 너무 많은 곡이 수록되어 있어 앨범의 중간쯤에 이르러선 조금 지루해지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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