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냐 / Piranha 3-D (2010)

영화는 스산한 호수에서 한가로이 배낚시를 즐기는 노인(바로 <죠스>의 리차드 드레이퓨스!)의 모습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이 여유로움이 얼마 안가 공포로 바뀔 줄이야. 그가 마시다 버린 술병 하나가 불행하게도 잠들어있던 고대 식인물고기 피라냐를 깨우고 만 것. 장소는 바뀌어 젊은이들의 열기가 가득한 호숫가. 시원한 풍경과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비키니 차림의 소녀들과 그들을 게걸스럽게 바라보는 소년 무리들이 한데 뒤엉켜 있는 곳이다. 보안관 어머니를 둔 제이크(스티븐 R. 맥퀸)는 이곳에서 마음에 두었던 켈리(제시카 스자르)를 만난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얼떨결에 영화촬영을 위해 현지인을 찾고 있던 포르노필름 감독 데릭(제리 오코넬) 일행에 합류하게 된다. 오랜 잠에서 깨어 심기가 불편한 피라냐가 이들을 노리리란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손에 닿는다면 금방이라도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이빨에 시뻘건 눈깔, 사포로 긁어도 벗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 보이는 비늘과 꼭 피를 보고야 마는 흉포한 성질까지 이 놈의 피라냐에게선 영 호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더구나 이 식인물고기들은 엄청나게 발달된 소화기관을 가졌는지 인간의 살이 눈에 띄는 대로 다짜고짜 물어뜯기 시작한다. 싱그러운 육체를 뽐내는 해변의 선남선녀들이 바로 그들의 훌륭한 먹잇감. 켈리 브룩을 필두로 한 여배우들은 남성관객들의 본능을 일깨우기에 여념이 없는데 그건 피라냐들에게도 마찬가지인가보다. 하지만 벗어 젖힌 그들의 신체가 이 귀여운 고대생물체에 의해 한 점 한 점 뜯겨나가는 걸 지켜보는 건 참 곤욕스럽다. 왜 그녀들이 단죄를 받아야 하는가!



과거 조 단테와 제임스 카메론의 시리즈와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알렉산더 아야의 <피라냐>는 몰입하기 힘든 조악한 특수효과와 별로 개연성 없어 보이는 줄거리가 상호작용 하고 있는, 한마디로 '웃기는' 영화다. 영화는 딱 두 가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하나는 미녀들의 나체와 피라냐에 의해 잘려 나가는 사람들의 신체다. 영화의 전반부는 전자를 위해, 나머지 후반부는 후자를 위해 직선으로 돌진한다.


이 둘 모두에 흥미를 느끼는 관객이라면 <피라냐>는 즐길만한 오락거리가 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영화는 별 의미 없는 누드와 의도적으로 드러낸 고어 장면이 즐비하게 배치된 고약한 동영상 덩어리일 뿐이다. 현역 성인필름 배우를 비롯, 영화 속 해변의 여인들은 자신들의 몸매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카메라는 집요하게 그들의 신체를 훑는다. 피라냐에 의해 살점이 뜯겨 나가는 장면들도 마찬가지. 이 영화 속엔 가능한 잔인한 장면을 숨기려는 절제나 사운드나 암시만으로 끔찍한 화면을 상상하게 하는 연출 테크닉 같은 건 없다. 오히려 하반신이 절단되고 외로운 성기만 둥둥 떠다니는 적나라한 장면을 일부러 내세운다.

<피라냐>가 그 기저에 코미디 영화적 요소를 삽입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영화 속 고어 장면에 다가가기 힘들었을 거다(이건 고어 영화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개인적 취향과도 연관이 있다). 다시 말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영화 속 설정(피라냐의 등장!), 영화 특유의 진지한 어색함(혹은 어색한 진지함), 오마주 내지 패러디임이 분명한 리차드 드레이퓨스의 등장장면, 공포스럽기 보다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만드는 엔딩 등이 없었다면, <피라냐>는 그저 선혈 낭자한 비호감 영화로 남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쾌락에 빠진 젊은이들을 단죄하는 그 촌스런 테마에서부터, 그러면서 모순되게도 관능적인 여성의 신체를 마음껏 선사하는 철저한 상업적 선정성에, 신체를 절단하고 가죽을 벗기고, 급기야 잘근잘근 씹고야 마는 잔인한 악취미까지, <피라냐>는 오로지 이런 류의 영화만이 선사할 수 있는 갖가지 자극을 버무려 내놓는다. 제작진들이 키득거리며 만들었을 것이 분명한 이런 영화를 감상하는 최선의 방법이란 우리도 그들처럼 키득거리며 봐주는 것일 게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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