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 / How To Train Your Dragon (2010)

소심한 바이킹 소년 히컵(제이 바루첼)은 얼떨결에 전설로만 구전되어온 드래곤 '나이트 퓨리' 한 마리를 잡는데 성공한다. 히컵은 마을의 족장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용맹한 바이킹 스토이크(제랄드 버틀러) 앞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이었다. 지금이 바로 그 절호의 기회. 그는 드래곤이 추락한 장소를 찾아가 '나이트 퓨리'를 죽이려 시도한다. 그러나 삶을 체념하는 드래곤의 눈빛을 본 히컵은 마음을 돌려 오히려 그를 묶고 있던 올가미를 풀어준다. 소년은 더 나아가 '나이트 퓨리'에게 '투슬리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 때문에 입은 상처를 치유해 준다. 그 과정 속에 그는 드래곤이 사람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님을 깨닫는다.


이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본 게 벌써 작년이다. 인상적으로 본 작품이니만큼 보잘것없는 글로나마 그 감상의 흔적을 꼭 남겨둬야겠다는 결심이 벌써 올해까지 연기돼 온 셈이다. 영화감상의 시기와 글 작성시간 간의 간극이 도무지 화합될 수 없을 만큼 벌어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 왔는데, 대개는 글로 남기는 걸 포기함으로써 그 어색한 시간차의 발현을 제거하곤 했다. 근데 이 <드래곤 길들이기>는 어째 꼭 뭔가를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 글은 그 마음속 결림(?)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다.

<드래곤 길들이기>에 대한 감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 건, 아마도 이 작품이 극장에서 3D로 감상할 때와 집에서 DVD로 볼 때의 느낌이 현저하게 다른, 그래서 극장에서 본 당사자로서 3D로 감상하지 않은 이들에게 참으로 안타깝겠다는 한마디를 꼭 남기고 싶은, 바로 그런 꼴사나운 잘난 체가 절로 나오도록 만드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드래곤 길들이기>는 이 새로운 오락매체, 3D 영화에 아주 잘 어울리는 멋진 동화다.

3D 영화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만이라면 개인적으론 <아바타>보다 <드래곤 길들이기>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바타>를 볼 땐 그 방대한 디테일에 눈이 피로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면, <드래곤 길들이기>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상쾌한 기분을 해치지 않는다. 어쩌면 실사영화보다 3D 애니메이션 쪽이 3D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에 더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3D 효과는 판타지식으로 재현한 북구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을 더욱 실감나게 보여주는 데 일조하고, 투슬리스와 히컵의 곡예비행을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으로 재현하는 데 더없이 큰 역할을 한다. 최종보스 드래곤이 출연하는 장면에서도 3D 효과는 빛을 발한다. 영화는 다른 등장인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이 드래곤의 몸집과 그 가공할 힘이 관객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 더해, 종을 초월한 인간과 드래곤의 우정(이라고 여기기엔 둘 사이가 어째 주인과 애완동물의 관계에 더 가까워 보이긴 하지만…)을 감동적으로 지켜보는 재미는 또 어떤가. 영화는 현명한 엔딩을 통해, 결코 완벽하지 않은 생명체들이 서로의 어깨를 짊어지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었음을 인정해 가는 과정을 담담히 전달한다. 외부를 향한 공포가 서로에 대한 무지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이 바이킹 마을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픽사와 드림웍스의 라이벌전은 급기야 누가 더 뛰어난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게 될지 관객으로 하여금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아주 긍정적인 경쟁관계로 승화되었다. 그 '뛰어난'이란 단어가 형용하는 범위엔 영상의 아름다움은 물론, 재미의 크기와 올바른 메시지의 효과적인 전달까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