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와 통역ㆍ번역 (최정화)

외국어 공부에 지름길 따위는 없다고 한다.

사실 외국어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남보다 빨리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기적의 방법은 없다. 그런 게 있다고 선전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사기꾼이거나 어리석은 사람일 것이다. 공부란 남이 대신 해줄 수 없고 누군가가 떠먹여줄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묵묵히 한 우물을 팔 줄 아는 끈기만이 필요하다.

아마 나는 이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동안 혹시라도 요행은 없을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그 한 예로 아이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외국어 학습 앱을 구입했다. 지금도 나는 그 모든 앱이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그 어떤 교재도 학습자를 자동으로 학습시킬 수는 없다. 음식이 아닌 공부에 있어서라면, 재료의 좋고 나쁨, 요리사의 실력이 아니라 그 재료를 섭취하는 시식자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쏟아지는 재료의 홍수 속에서 공부의 갈피를 잡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만의 공부법을 만들어 보고자 학습에 관한 몇 권의 책을 읽었다. 그 중 하나가 이 책, <외국어와 통역ㆍ번역>이다.

이 책은 국제회의 전문 통역사이자 통역ㆍ번역 분야의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정화 교수의 저작이다. 책의 상당부분은 통역사가 되는 길에 대한 조언에 할애되고 있지만, 외국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도움 될 만한 부분이 있다. 현재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해야 하고, 공부가 필요한 내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었다.

책의 Part 1에서 주로 다뤄지고 있는 외국어 공부에 대한 저자의 조언을, 내게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거칠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라.
- 발음? 어휘? 문법?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현실 파악이 우선이다. 나의 경우 모든 부분이 부족하다 생각하지만, 특히 어휘가 약하다. 어휘를 익히는 데 아이폰의 플래시카드 앱을 주로 사용한다.

2) 문법은 언어의 조립방법.
- 조립방법을 모르고 그 언어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방법을 아는 선에서 그쳐선 안되고 스스로 조립을 반복해 봐야 한다. 나의 경우 어휘를 공부할 때와 마찬가지로 문법교재의 예문을 플래시카드 앱에 넣어 공부하고 있다.

3) 어휘를 공부할 땐, 단어만 따로 외우지 말라.
- 영어든 중국어든 단어만 외우기보다는 그것을 가급적 문장과 함께 외운다. 저자는 텍스트와 떨어뜨려 따로 외운 단어는 특히 잊기 쉽다고 한다.

4) 자신의 외국어 수준을 냉정하게 판단하라.
- 가끔 외국영화를 한국어 자막 없이 보면서 상황이 파악될 때(혹은 파악된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스스로 실력에 대한 확신이 없는 시기라면 이때가 위험한 순간이다. 영상 컨텐츠는 텍스트로만 되어있는 컨텐츠에 비해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하기 수월하다. 이를 자신의 외국어 이해능력이 높아진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그 내용을 알아 들었다 해도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수동적인 지식이지 '진정 아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외국어가 단지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닌 '써먹을 수' 있는 언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5) '몸통 찾기', '깃털 찾기', '외국인과 부딪쳐서 배우기'
- 이 책에 나오는 구체적인 학습 방법이다.

'몸통 찾기': '몸통 찾기'는 관심 분야의 텍스트를 '통으로 읽기'나 오디오, 비디오 재료를 찾아 '귓가에 맴돌게 듣기'로 실행할 수 있다. 자신의 눈과 귀를 해당 언어에 최대한 노출시키는 행위다.

'깃털 찾기': 집중해서 읽기, 집중해서 듣기는 '깃털 찾기' 과정이다. '몸통 찾기'를 통해 해당언어에 익숙해짐과 동시에 구체적인 표현에 대한 공부도 병행해야 한다. 이때 영영사전을 찾아 기본문장과 주변 어휘에 친숙해지거나, 단어가 아닌 표현을 통째로 익히는 학습이 필요하다. 듣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받아쓰기도 좋은 시도.

'외국인과 부딪쳐서 배우기': 외국어에 익숙해 지고 그와 더불어 구체적인 표현방법도 익히고 있다면 '외국인과 부딪쳐서 배우기'를 통해 자신이 구사하는 표현이 옳은 것인지를 검증 받아야 한다. 저자는 여러 외국어의 원어민 또는 관련 문화를 어디에서 접할 수 있는지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때 필요한 건 학습자의 행동의지다. 아울러 요즘은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여 그만큼 외국인과 접촉하기도 수월한 시대가 되었다.




외국어 공부법 외에도 이 책은 Part 2, Part 3를 통해 국제회의 통역사가 되기 위해 걸어온 저자의 경험이나 국내외 통역ㆍ번역사의 현실, 이 직업을 갖기 위한 실용적인 조언들도 담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부분은 아니지만 한 분야의 전문인이 되기 위해 밟아야 하는 혹독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외국어든 무엇이든 꾸준히 공부가 필요한 분야라면 무엇보다 스스로 조급해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한듯하다. 수많은 어학 교재나 아이폰 어학관련 앱을 구입하면서 품었던 마음은 아무래도 그 조급함과 가까웠을 것이다.

그 동안 그 조급함으로 아낌없는 투자(?)를 한 덕에 공부 할 재료에는 부족함이 없다.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꾸준히 걸어가는 강한 끈기와 약간의 느긋함만이 필요할 뿐이다.

이 책과 세바스티안 라이트너의 <공부의 비결>, 그 외 몇 개의 학습 관련 사이트의 도움을 받아 나만의 학습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 책의 '몸통 찾기'와 '깃털 찾기'에 해당하는 학습, 즉 흘려 듣기/읽기/보기나 구체적으로 듣기/읽기/보기에 활용하는 재료를 이곳에 하나 둘 올려보고 그 실행효과를 남기는 것도 학습과정 전체를 계획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