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리더, 크레마 샤인(Crema Shine) 구입

요즘 내가 책을 구입하는 경로는 아래 네 가지로 나뉠 수 있다.

1) 회사의 도서지원금으로 책을 구입할 때다. 이땐 예스24를 이용한다.
2) 개인적으로 종이책을 구입할 때다. 알라딘을 통해 도서를 구입한다.
3) 전자책을 구입할 때다. 초기엔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구입하다, 최근엔 리디북스를 애용한다.
4)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산다.

이중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서점에 가면,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풍기는 아늑함과, 지식이 집약된 장소가 주는 풍성함을 동시에 느낀다. 이 느낌이 좋다.

하지만 이미 사기로 결정한 책이 있는 경우엔, 단지 그 도서를 구입할 목적으로 서점에 가는 일은 없다. 온라인 서점에서 저자와 책 제목만 입력하여 클릭 몇 번으로 책을 구입해 배송 받는 게 무척 편한 탓이다. 새삼 느낀다. 생활 속에서 편의성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날수록 몸은 자그마한 불편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



그보다 편한 것은 택배 상자를 칼로 찢는 과정이 필요 없는, 전자책을 구입해 독서를 하는 방법이다.

그 편리함에 취해 최근 1년간 전자책을 많이 구입했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외출 시 어깨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전자책을 자주 보는 요인 중 하나다.

자주 사용하는 전자책 서점과 앱은 리디북스다. 리디북스 앱은 앱스토어에 올려져 있는 전자책 뷰어 앱 중 돋보이는 디자인과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종이책 구입을 주로 알라딘에서 해왔기 때문에 마일리지도 이용할 겸 초기엔 알라딘 전자책 앱을 사용해 보았으나, 개선되지 않는 버그와 투박한 앱 디자인으로 리디북스로 옮긴지 오래다.

리디북스 앱은 깔끔한 디자인과 안정성으로 책을 '사서' 본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설치한 리디북스 앱으로 전자책을 읽다 한 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시력저하에 대한 두려움이다.

종이책이라해도 과도한 독서는 시력저하를 가져온다. 하물며 항상 밝게 빛나는 아이패드와 아이폰 디스플레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책을 읽는다면, 몇 분만에 눈이 피로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 눈의 피로가 젊음을 담보로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닌지, 전자책을 즐겨 읽은 지 몇 개월, 눈이 전에 비해 많이 건조해진 느낌이다. 

그리하여 e-ink를 사용해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는 전자책 리더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마존 킨들, 라쿠텐 코보, 소니 PRS-T 시리즈, 교보문고 SAM 등, 여러 기기들이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었다. 이용자들이 각 제품에 대해 어떤 평을 내리고 있는지 살펴봤다.

좋은 평가를 받는 기기는 대부분 해외브랜드 제품이었다. 특히 아마존 킨들에 대한 평들이 좋았다. 그렇지만 가독성에서 타 기기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아마존 킨들을 구입한다 해도, 국내 온라인서점에서 구입한 책을 읽을 수 없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결국 기기와 온라인서점의 호환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 경우 구매 고려대상은 알라딘에서 구입한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크레마 뿐이다. 리디북스에서 산 책을 볼 수 있는 전용 단말기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한국이퍼브는 올해 크레마 샤인이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크레마 샤인, 블랙 색상을 구입했다.

크레마 샤인은 작고 가벼워 손에 쥐는 느낌이 좋다. 태블릿과는 다른 독서환경을 제공한다.

 

아래는 요 며칠간 크레마 샤인을 이용해 본 후 느낀 장점이다.

1) 프론트라이트 사용으로 어두운 곳에서 독서가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구입한 크레마 샤인이기 때문에 라이트를 켤 일은 드물 듯 하다.)
2) 긴 구동 시간. 한국이퍼브 웹사이트에서 본 사양서에는 '1회 충전으로 대기시간 400시간, 7천 페이지 이상 연속 독서 가능'으로 쓰여 있다.
3) 블랙 모델은 손에 쥐는 느낌이 좋다. 화이트 모델과 달리 외관이 고무 재질로 코팅되어 있어 손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아 안정감이 있다.
4) 가볍다.

온라인서점에서 구입한 수십 권에 달하는 책을 손 안에 둘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른 스마트기기에 비해 눈을 보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크레마 샤인을 자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다만 아래와 같은 단점들은 조속히 개선되었으면 한다. (펌웨어 버전 v1.3.10 기준)

1) '서버 통신 오류' 등 알 수 없는 오류로 도서가 다운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가능하다.
2) 책을 읽다 챕터가 바뀌는 지점에서 자주 튕긴다. 챕터가 변환될 때 로딩이 되다가 돌연 '최근 읽은 책을 이어보시겠습니까?' 문구가 뜨는 책장으로 나가 버린다. 한 책의 같은 지점에서 수 차례 페이지 넘기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임시 해결책은 해당 챕터 전 페이지에서 상하단 메뉴가 보이도록 화면을 터치, 하단의 읽고 있는 지점 표시 바를 이용해 몇 페이지 앞으로 건너뛴 후 다시 돌아오는 방법이다.
3) 책의 읽은 지점을 %로 표현하는데, 전자책 상의 수치와 책장으로 돌아왔을 때 보이는 %가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책 속에서는 20%까지 읽었는데 책장에서는 1%로 표현되는 식이다. 이 수치는 맞을 때도 있고 맞지 않을 때도 있다.
4) 페이지 대신 표기한 %가 정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종이책 200여 페이지 분량의 책에서 3페이지를 펼쳤을 뿐인데 12%로 표현되는 경우가 있다.
5) 메모 시 빠르게 타이핑을 하면 자음 모음 입력에 오류가 생긴다. 빠른 타이핑 도중 갑자기 자판이 사라지는데, 이때 화면을 터치하여 자판을 불러온 후 다시 타이핑하면 자음과 모음이 분리되어 입력된다. (예: 불편하다. -> ㅂㅜㄹㅍㅕㄴㅎㅏㄷㅏ.) 타이핑을 아주 천천히 하지 않으면 메모 기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 메모 기능의 활용성이 떨어진다.
6) 하이라이트 지정 시 사전이 함께 뜬다. 대개 큰 문제는 없지만, 하이라이트 명령 창과 사전 창이 겹치는 경우엔 사전 창을 먼저 닫아야 하이라이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불편하다.
7) 터치스크린의 반응이 둔하다. 예를 들어 문장에 하이라이트를 줄 때 손가락을 댄 상태에서 약 1초간 기다려야 하이라이트 커서가 뜨고, 범위지정을 할 때에도 드래그가 이루어진 약 1초 후에 커서가 따라온다.
8) 온라인서점에서 구입한 PDF 형식의 전자책을 볼 수 없다.

크레마 샤인. 책장의 모습과 책을 읽을 때의 화면.

 

이중 4)는 전자책을 읽는 데 매우 치명적인 단점이다. 튕김이 반복될 때마다 크레마 샤인 구매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할 정도다. 알라딘을 통해 미리 구입해 둔 다니엘 튜더의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를 읽고 있는데, 새 챕터가 시작되는 구간마다 한 번의 정상 넘김을 제외하고 모두 튕겼다. 다른 도서들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다.

전자책 리더에 있어 소프트웨어의 혁신성은 둘째 치고라도 안정성은 꼭 갖추어야 한다고 믿는다.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전자책 리더란 아무 의미가 없다. 앞으로 행해질 펌웨어 업그레이드는 독서의 편의성, 기기의 안정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