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ean's Thirteen / 오션스 13 (2007)

『오션스 트웰브』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테스의 명연기(!)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전편보다 뒤떨어지는 영화의 분위기를 이 코미디 한방으로 만회하려는 것 같은 느낌에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테스와 브루스 윌리스가 펼치는 한바탕 코미디쇼는 그자체로 즐겁긴 했지만, 마치 이 대목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고 도망가는(?) 제작진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인 『오션스 13』은 그런 과거를 반성하듯 아예 1편의 방식으로 회귀한 영화다. 대립각을 세우는 적의 존재도 『오션스 일레븐』과 흡사하고, 2편에 비해 쓸데없는 수다도 조금 줄었으며, 무엇보다도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듯 1편의 엔딩을 그대로 답습하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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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개개인의 삶에 충실하던 오션과 친구들은 1편에서 자금줄 노릇을 하던 루벤(엘리엇 굴드)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모인다. 루벤을 쓰러뜨린 장본인은 새롭게 카지노를 인수한 윌리 뱅크(알 파치노). 의리로 똘똘 뭉친 이 도둑들은 명목상으로는 쓰러진 친구를 위한 복수로, 사실 까놓고 보면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각자의 실력발휘를 위한 장으로 이 범행을 계획한다. 과연 이번에도 오션 일당은 노련한 윌리 뱅크의 위에 설 수 있을까?

 


당연하다. 그 정도 예상 못 할 관객은 아무도 없다. 1편에서 깐깐한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를 완벽하게 속이고, 2편의 신출귀몰한 대도 프랑소와(뱅상 카셀)에게 한방 먹인 이들이 누군들 더 못 속이겠는가? 이제 더 이상 오션과 친구들의 승리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물론 1편과 2편도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이쯤 되면 어떻게, 또 얼마나 웃기게 그 과정을 채워나갈 지에 주목해야 할 듯하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늘 그랬듯이 적당히 웃기면서 적당히 센스 있게 위기를 요리조리 피해 가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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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이건 오션과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소더버그와 그의 친구들의 얘기처럼 보인다. 개런티만도 블록버스터에 맞먹을 수준일 텐데 빠지지 않고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 하며, 이리저리 말장난(좋은 의미로)으로 채워 넣은 영화의 모양새는 감독을 비롯한 모든 출연진들이 하나가 되어 마치 흥겹게 놀다 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3편에서는 알 파치노와 엘렌 바킨의 출연 덕분인지, 혹은 제작진과 이해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어쨌든 1,2편의 여배우들이 출연하지 않는다.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이 영화가 그나마 자기 색을 내고 있는 부분은 풍부한 유머다. 특히 오프라 윈프리쇼를 재치 있는 복선으로 활용하는 부분이나, 극중 진짜 호텔 평론가이면서도 온갖 수모를 다 당하는 데이빗 페이머에게 러스티가 작은 선물(?)을 주는 엔딩 등에서는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라는 게 문제. 범행을 위해 고안된 아이디어들은 더 이상 기발하게 느껴지지 않고, 영화에 힘을 싣기 위해 투입됐음이 분명한 알 파치노도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 개인적인 감상에 국한된 의견일지 모르나 영화의 마지막에 다다르며 오션과 친구들이 그를 물 먹일 때마다 ‘저놈들은 저 힘없는 늙은이를 왜 이렇게까지 못 살게 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말 다했다(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는지 40년생의 파치노 아저씨도 이제 많이 늙으셨다). 이제 놀만큼 논 소더버그 일당은 이쯤이면 됐다. 제발 『오션스 일레븐』의 기분 좋은 기억을 더 이상 해치지만 말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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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 Daum 영화

2007/09/26 - Ocean's Twelve / 오션스 트웰브 (2004) 2007/09/20 - Ocean's Eleven / 오션스 일레븐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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