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와 더불어 2009년 최대 기대작이었다. 대중적 인지도와 비평적 성취를 동시에 이룬 이 두 감독의 신작은 언제나 팬들을 설레게 한다. 여행 전의 두근거림이 집에 돌아온 후의 피곤함에 늘 앞서 있듯이, 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품었던 기대감 자체가 이미 하나의 즐거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두 감독이 아직 만들어 내지 않은 그들 생애 최고의 걸작을 고대하는 것은 영화 팬들의 기쁨이다. 일찌감치 재야의 종소리와 함께 2009년을 떠나 보낸 지금, 개인적으로 가 아쉬웠다면 는 그와 정반대의 인상을 준 영화다. 스스로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때 느끼는 안도와 환희. 영화 는 을 되새김질 하게 만든다. 도심을 벗어난 변두리를 배경으로 탄탄한 이야기 안에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가 펼쳐지고, 그 사이사이 감독 ..
하긴 새삼스레 (이하 )의 매력 없는 스토리를 부여잡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도 조금 생뚱맞은 일이 될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김지운의 전작들이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줄거리를 보여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무국적에 가까운 영화 속 분위기에 매혹되었기 때문이지 결코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니다. 웃음 속에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의 산장, 현실과 격리된 듯 환상의 이미지를 품고 있는 의 별장, 의 차갑고 세련된 도시의 밤거리. 김지운 영화의 세계는 이들이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으로만 본다면 꼭 판타지를 그리지 않더라도 영화가 굳이 현실의 충실한 반영이 될 필요는 없음을 증명한다. 그가 그려내는 세상은 어느 곳, 어느 지점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