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상황과 우연한 사건이 잔뜩 벌어지는 TV 드라마를 ‘막장’이라 부르곤 있지만, 실은 우리의 삶이 더욱 우연에 노출되어 있다.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청소년 시기의 어느 날, 저녁때까지 넉넉히 남은 시간에 친구를 초대해 침을 꿀꺽 삼키며 성인 비디오를 트는 순간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는 부모님을 맞이하는 것도 우연, 길가다 스타일 좋고 나보다 키도 한 뼘쯤 더 큰 남자의 팔짱을 낀 채 행복한 표정을 짓는 전 애인을 마주치는 것도 우연, 3주 연속 로또 5등에 당첨되어 기약 없는 일등 당첨을 상상하게 하는 일도 어찌 보면 우연의 산물이다. 근데 이렇게 삶을 지배하는 우연이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만 들어가면 맥을 못 춘다. 개연성과 현실감을 들먹이며 퇴출시켜야 하는 못된 녀석이 된다. 그래서 ..
대니 보일의 은 태양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인간을 그린다. 죽어가는 태양으로 생명의 빛을 잃어가는 지구를 위해 쏘아 올려진 이카루스 2호는, 태양의 활동을 재개시킬 거대한 폭탄을 싣고 빛의 진원지를 향해 떠난다. 우주공간에서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영화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리라 기대되는 이 여정은 어두운 미래상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은 때로는 폴 앤더슨의 을, 때로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를 연상시키며, 우주에서의 고립이 가져다 주는 인간적인 공포를 긴장감 있게 풀어낸다. 각자의 역할을 맡은 채 모인 8명의 대원들은 점차 심리적인 압박감에 대면하게 된다. 그것은 자신들의 임무가 지구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부담과, 폭탄을 실은 우주선과 자신들 이외엔 이 미지의 공간에 그 어떤 존재도 없으리라는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