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야 비로소 스티븐 킹의 책을 제대로 읽은 셈이지만, 를 읽는 내내 마치 그만의 세계를 미리 체험해본 듯한 묘한 기시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아니 확실히 스티븐 킹의 여타 작품들을 이미 숱한 영상매체를 통해 먼저 맛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각색이 원작을 그대로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믿음 아래, 몇 편의 영화를 본 것만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음산하고 축축한 특유의 촉감만은 원본과 복제 모두 공유하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책을 읽고 관련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을 좀 해보니, 내가 느낀 것은 기시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에 수록된 스티븐 킹의 단편 중 몇 편은 내가 인지하기도 전에 벌써 영화로 감상한 작품들이다. 유년의 기억 어디쯤, 어느..
공교롭게도 근 두 달 사이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엔 글쓰기를 다룬 책이 세 권이나 된다. , , 가 그들이다. 비슷한 시기에 구입해 여전히 책장에서 읽을 이를 기다리고 있는 몇 권(국어 맞춤법을 다룬 책과 여타 실용적인 목적의 글쓰기 책 등)을 더한다면 마치 내가 글쓰기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한 명의 착실한 학생처럼 느껴질 정도다. 곰곰이 생각해보건대 글쓰기를 위한 조언은 앞에 언급한 세 권의 책으로 충분히 얻었다고 믿는다. 세 권의 책이 각기 다른 글쓰기 분야를 다루는 점에서도 그렇고 취미생활의 일환으로서의 글쓰기라면 이 정도 선에서 도움말을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여기에 더해 스티븐 킹의 까지 읽은 것은 언제나 그렇듯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닌 내 머리 속 어느 곳이 부추긴 충동의..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귀신이 나온다는 장소들만 찾아가 그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 마이크 엔슬린(Mike Enslin: John Cusack)은 사실 영혼의 존재에 회의적인 사람이다. 그가 생각하는 귀신이란 손님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된 호텔이, 왕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꺼내든 마지막 홍보수단에 불과하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소설가였던 그 자신에게도 귀신의 장소는 생계를 이어주는 글 소재 이상이 아니다. 그런 그에게 한통의 엽서가 도착한다. 뉴욕에 위치한 돌핀 호텔의 1408호에 묵지 말라는 내용의 엽서. 엔슬린은 돌핀 호텔 1408호에 관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며 점차 그 장소에 흥미를 느낀다. 각각의 수를 합치면 불길한 숫자 13이 되는 1408호는 그에게 글을 쓸 좋은 소재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