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녀석들은 잘난 척을 좀 해줘야 한다. 아직 새파랗게 젊은 내가 그래도 일년 이년 나이를 먹어가면서 한가지 생각의 변화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어렸을 때는 남의 재능에 배 아파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동시대에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질투. 사실은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 노력이 병행되었기에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신이 주신 능력으로 별 힘 안들이고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이른바 ‘잘난 녀석들’인 줄 알았다. 근데 언제부턴가 내가 삶을 그럭저럭 잘 보내려면 이런 부류의 인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삶으로부터 무미건조함을 느끼거나, 때론 힘이 들 때, 혹은 인생의..
앨범 몇 장을 샀다. 몇 장을 한꺼번에 구입한 건 오랜만이다. 발매되는 신보에 별 관심이 없는 나로선 음반 선택이 꽤 즉흥적이다. 온라인음반판매사이트를 마주한 채 마우스커서가 오가는 데로 선택한다. 물론 요즘처럼 미리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는 환경 하에선 나도 먼저 검색을 통해 대상이 과연 살 만한 앨범인지 판단을 내리고는 한다. 이런 과정이 한편으론 음반의 깊이 있는 감상을 미리 차단하는 측면도 있다. 첫 귀에 반하는 음반도 있고 여러 번 들었을 때 그 깊은 매력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하지만 어쨌든 이것이 다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위해서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그렇게 구입한 음반은 모두 네 장. 스노우 패트롤(Snow Patrol)의 [A Hund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