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엿본다는 것은 대개 지루함과는 거리가 먼 행위다. 아마도 인간의 무의식 어딘가에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영역이 깊숙이 잠재하고 있으리라. 더욱이 그 대상이 무척 흥미롭거나 신비로울 때 그 호기심의 세기는 훨씬 커진다. 그래서 우리는 일견 고리타분하게 여기면서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명사의 자서전, 에세이류를 찾거나 말초적인 자극 말고는 얻을 게 없다는 걸 앎에도 연예인의 가십기사를 둘러보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숱한 소설 속 가상의 세계에도 질려 버리고 사회과학서적류에 적혀있는 이념들에 머리가 아픈 독자들이 호기심의 덫에 걸려드는 순간이다. (이하 )는 일본이 자랑하는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 기타노 다케시의 짧은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다. 그에게 호기심을 가진 이라면 살짝 엿볼 만 하다. 이른바 자..
갑자기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물론 그 희망이라는 것이 그간의 아픔을 모른체해서도 안되고, 실체 없는 꿈처럼 달콤하기만 해서도 안되었다. 상업영화의 익숙해진 공식에 의해 영화에 끌려 다니는 느낌을 받기도 싫었다. 뭔가 대단한 걸 봄으로써 치유를 받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저 흔하지 않게 마음을 울려주는 영화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재수없도록 까다롭지만 아무튼 그런 영화가 보고 싶었다. 문득 20대 초반에 보았던 이 떠올랐다. 마침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아련하게 떠오르기도 했다. 꽤 오래 전에 본 영화라 마치 햇빛처럼 따사로운 그 엔딩만이 기억났다. 밤의 차가운 기운을 단숨에 잊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안고 가는 햇빛이었다. 절망을 모두 벗어낸 것은 아니지만 결코 멈춰서지 않으려는.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