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그 자체가 아니라 문학작품에 대한 글을 읽는 것은 언뜻 유쾌하지 않은 일 같기도 하다. 그것은 그 대상으로부터 독자가 받을 수많은 감상 중 몇 가지를 미리 정해놓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에 대한 감상은 온전히 수용하는 자의 몫이 된다. 문학작품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감상의 수, 즉 그 ‘경우의 수’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수 만큼이다. 우리 개개인은 얼마나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지니고 있는가. 작품을 받아들이는 행위는 결국 개개인의 고유한 감정과 경험에 바탕을 둔다. 고로 작품의 해설서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의 수많은 가능성을 미리 가지치기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떨지. 앞의 문제가 결국 ‘미리 말해진 것의 권위’를 앞서 인정하기에 발생하는 것이라..
설득의 논리학 - 김용규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나는 논리적인 글에 굉장히 약하다. 이건 두 가지를 의미하는데, 하나는 내가 논리적인 글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의미에서 ‘약함’이고, 다른 하나는 나 스스로 논리적인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뜻에서의 ‘약함’이다. 논리적인 글과 말은 굉장히 매혹적이다. 왜냐하면 그런 글일수록 반박할 틈을 찾기 힘들며, 따라서 거기에 대해 내가 무언가를 덧붙일 때마다 내 논리적 체계의 바닥과 마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간은 매저키스트같은 이 성향은 불가항력적인 힘(혹은 대상)과 맞부딪혔을 때 느끼는 일종의 ‘숭고’의 감정라고나 할까? 예를 들면 나와 반대되는 견해가 매우 논리적으로 쓰였을 때, 내가 그것을 비판하는 방법은 정념적인 것이 될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