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이미 고담시의 압도적인 분위기를 훨씬 웃도는 거대한 명성을 순식간에 얻어냈다. 직업적인 평론가건 단순한 영화광이건 배트맨의 골수팬이건 간에 누구든 서로 앞다투어 이 작품을 칭송하는데 여념이 없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아마도 이 작품 이후 어떤 영화를 만들든지 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감독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조금 비관적으로 묻자면, 자칫 그의 필모그래프의 꼭지점이 여기에서 멈출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대답이 나온다. 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가. 황홀한 영광 뒤에 따라올 무지막지한 기대감. 공교롭게도 나는 이미 수많은 소식들을 접하고 기대감에 들뜬 상태에서 를 감상한 셈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더라’는 말은 적어도 이 검은 박쥐 날개를 펼치고 마천루를 횡단하는 ..
검은 도시 ‘고담’에서 검은 망토를 휘두르는 이 백만장자는 모든 범죄의 원흉을 잡아들일 기세로 움직인다. 도시를 구원하고자 하는 그의 신념은 때로 범죄자를 거둬들이는 행위 자체에 경도된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싸움의 끝이 영원히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의 마지막에서 고든 경감은 배트맨에게 쫓는 자들(배트맨)과 쫓기는 자들(범죄자)의 힘의 균형은 서로 경쟁하듯 커져만 갈 것이라는 뉘앙스의 대사를 읊는다. 그것은 악당이 있는 한 배트맨은 움직이고, 배트맨의 망토가 펄럭이는 사이 악당들은 다시금 그를 필요로 하는 범죄를 실행에 옮길 거라는 암시다. 이 두 존재는 서로 없애야 하는 대상에서 결국 공생하는 관계가 된다. 브루스 웨인이 헛된 이상을 꿈꾸는 망상가가 아니라면 도시를 정화..
스크린을 통한 현실의 대리만족과 강렬한 액션 속 아드레날린의 분출. 단 이 두 문구로 영화 는 설명될 수 있다. 스트레스 속에 꼼짝없이 갇힌 채 살아가는 주인공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는 어느 순간 놀라운 능력을 갖춘 암살자의 본능을 깨우친다. 그것은 껍질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새처럼 그 자체로 두 번째 탄생이라 할 만하다. 자신의 밥줄을 쥐고 있기에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던 짜증나는 직장 상사에게 과감히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고, 자신의 여자친구와 몰래 즐기면서 앞에서는 친한 친구 행세를 하는 역겨운 직장동료에게 회심의 펀치를 날리는 웨슬리. 인정하긴 싫어도 비유적으로든 사실 그대로든 현실의 내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던 영화 속 나약한 인간이 이젠 앞뒤 가릴 것도 없는 마초로 다시 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