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난 후의 그 느낌을 간직하려고 이 작은 공간에 뭔가를 끼적거리는 순간엔 항상 자신의 고갈된 상상력과 마주하곤 한다. 내가 쓰는 글은 기본적으로 단 두 종류의 술어, 즉 ‘재미있다’, ‘재미없다’로부터 출발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을 좀 더 길게 늘려 쓰는 과정에서 영화가 재미있는 원인을 찾아보거나 또는 지루했던 까닭을 덧붙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영화가 던져주는 소재의 상이함은 달라도 거의 모든 글이 비슷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이러이러해 좋았더라.’ 혹은 ‘그리하여 나빴더라.’ 상상력의 빈곤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다. 좀 더 색다른 글, 영화에 대한 좋고 싫음의 주관적 판단 외에 그 안에서 다른 의미를 끄집어 내는 글을 써보고 싶지만 언제나 능력의 한계에 부딪힌다.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