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글은 대단히 명료하다. 그는 애매한 표현법, 불필요한 미사여구 등을 사용해, 독자의 판단력을 순간적으로 흐려놓아 (사실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독자자신의 무지를 탓하게 하거나, 내용이 아닌 다른 요소들로 저자에 대한 환상을 심어놓지 않는다. 진중권의 책은 그것을 읽는 이에게 글쓴이가 전하고 싶은 내용만 오롯이 전달해준다. 다만 그의 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덧붙여지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유머다. 군더더기 없는 명확한 표현과 촌철살인의 유머로 똘똘 뭉쳐진 진중권의 글쓰기는 정말이지 유혹적이다. 그것은 쉽게 읽히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의 책들은 주제와 소재 면에서 대개 두 갈래로 나뉜다. 한 쪽은 그의 전공을 살려 쓴 미학 관련 책들, 다른 한 쪽은 정치, 경제, 문화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