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영화에서 소설로 이어지는 원작으로의 탐험이 새롭고 즐거운 발견을 낳기도 한다. 영화 은 나를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 으로 이끌었고, 은 이 중년의 일본 작가를 내 뇌리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야기꾼으로 각인시켰다. 아사다 지로의 단편들은 잘 만든 특집드라마를 보듯 간결하고 명료하다. 그의 짧은 이야기들 속엔 지루하도록 깊이 내려가 결국 독자와의 공감의 접점을 잃어버린 자아성찰이나 관념의 철학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그 행동이 금새 예측되는 재미없는 캐릭터들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아사다 지로는 이야기와 주제, 인물 사이의 강약을 제대로 조절해 독자로 하여금 그의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엔 제목 그대로 '이상야릇하고 재미나는 이야기'들이 옴..
시체가 발견된다. 옷은 벗겨져있고 지문은 모두 지워진 상태. 얼굴도 신원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망가져있다. 그러나 단서는 남아있는 법. 피해자가 사용한 듯한 자전거에서 지문이 발견된다. 자전거는 도난 된 것으로 판명되고 근처엔 소각되다 만 피해자의 옷가지가 있다. 갑자기 사라진 투숙객을 의심스럽게 여긴 어느 여관주인이 신고를 해와 경찰은 지문을 대조해본다. 일치한다. 피해자의 이름과 직업, 과거가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이제 밝혀진 단서들을 조합해 범인을 잡아내야 한다. 죽은 이와 관련 있던 사람들을 검색하고 살해동기가 있을 법한 인물들을 추려낸다. 범인은 언젠가 밝혀지고야 말 것이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은 마치 콜롬보 형사의 수사일지에서처럼 독자에게 범인을 미리 알려주며 시작한다. 이 추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