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세기에 언어라는 강력한 도구로 재건축한 중세의 모습은 현재와 다른 패러다임 속을 걷는 미지의 세계다. 움베르토 에코는 이 시기의 철학, 신학적 쟁점들을 에 쏟아 놓았다. 그것도 미스터리라는 가장 강력한 매혹의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작가의 상상력이 고스란히 독자의 뇌리에 남을 수 있는 효능을 발휘하도록 말이다. 멜크의 아드소와 그의 스승인 배스커빌의 윌리엄은 14세기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통해, 이렇게 중세의 이야기 한 조각을 우리에게 전한다. 철학이 신학에 종속되어 인간의 이성을 새장에 가둬두었던 속 중세는, 불변의 진리가 인간의 손에 의해 확정된 시대였다. 성서의 해석을 두고 논쟁과 반목을 일삼던 세력들이, 실은 세속의 권력을 신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