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들을 본 관객들이라면 아마도 헛된 기대를 가지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하 )은 1, 2편에 이어 여전히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엉성한 이야기를 그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1편부터 프랭크 마틴(제이슨 스테이덤)의 이 세 번째 미션까지 쭉 함께 해 온 이들이라면 그 따위 것은 아무래도 중요치 않다. 보고 싶은 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따로 있다. 의 여주인공 발렌티나(나탈리아 루다코바)는 극중 이런 대사를 날린다. 프랭크와 함께 있으면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스크린 바깥에서 시리즈를 보는 이들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그는 초인에 가까운 생존력과 지킬 것은 꼭 지키고 마는 완벽한 보호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일단 보는 이의 마음은 놓인다. 남은 것은 이 무적의 주인공이 그 놀라운 능력을 어떤 식으로 보여..
화면의 때깔이 좀더 진중해졌고 폭발하는 화염이 더욱 화려해졌을 뿐 바뀐 건 없다. 프랭크(제이슨 스테이덤)의 멋진 차량이 BMW에서 아우디로 바뀐 것도 하나의 변화라면 변화. 의 프랭크는 (이하 )에서도 여전히 재빠른 그 발차기를 선사한다. 악당들은 이번에도 요령 없이 무식할 뿐, 자신들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폭력 중독자들로 짜인 이 오합지졸 악인들의 얼굴에 프랭크의 정의의 주먹이 꽂히는 것도 시간문제. 보는 이는 편안히 앉아 또 한번의 환상적인 액션의 질주를 구경하기만 하면 된다. 이번에도 논리, 인과, 설득 등을 관장하는 뇌의 일부분은 잠시 휴가를 보내준다면 더없이 좋을 따름. 감독은 전편의 미술 감독(이라곤 하지만 인터뷰를 보니 감독 코리 유엔과 스탭들 사이의 의사소..
숨가쁜 사건 전의 침묵의 시간을 가리키듯 긴장감 가득한 음악을 배경으로 한 대의 카메라가 조용히 지하주차장을 떠돈다. 한쪽에 주차되어 있는 BMW를 훑어 내려가던 화면은 운전석에 앉아있는 단단한 표정의 사내를 잡는다. 그는 어떤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눈부신 BMW에 드디어 시동이 걸리고 바퀴가 움직인다. 사내의 이름은 프랭크. 은퇴한 특수부대 소속 군인이며 지금은 비밀스러운 의뢰인들의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물건의 종류는 무관, 고객의 이름도 알 필요 없다. 정확한 무게와 철저한 시간준수, 그리고 시끄럽지 않게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그만의 엄격한 규칙이 필요한 뿐이다. 갑작스레 슈퍼히어로들이 득세하는 바람에 국가, 혹은 지구단위로 정의를 수호하는 자 이외의 작은 영웅들은 모두 그 힘을 못 ..
사실 수많은 은행강도 이야기 중에서 이 특별한 위치를 차지할 이유는 없다. 소재가 실화로부터 나왔다는 것 외에는 관객을 영화로 끌어들일 독특한 요소도 거의 없다. 그러나 은 군말 없이 잘 짜인 장면간의 이음새와 다소 냉혹해 보이는 세계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인물들로 인해 분명 호감을 가지게 되는 영화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T-Rex의 흥겨운 노래 “Get It On”이 극중 분위기를 미리 점지 하듯 은 기본적으로 유쾌한 영화다. 주인공 테리(제이슨 스테이덤)로 이야기하자면 자동차 수리센터를 운영하면서 비록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곤란한 처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심각한 고민덩어리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처럼 보이진 않는다. 말하자면 그를 비롯한 영화의 대다수 등장인물들은 낙천적인 영화의 분위기 안에서 성..
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미국 경제가 몰락한 2012년, 실업률은 최고치에 이르고 범죄율은 증가한다. 교도소는 모두 민영화되어 이익을 좇기 바쁘다. 그 중 한 교도소는 죄수들간의 죽음의 격투를 생중계하여 돈을 번다. 그러나 자극에 만성이 된 시청자들은 곧 싫증을 느끼고, 교도소들은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죄수들을 활용하여 더 폭력적인 프로그램을 찾아낸다. 그것은 파괴와 스피드, 그리고 죽음을 소재로 한 ‘죽음의 경주’. 죽을 때까지 서로를 공격하여 최종적으로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것이 게임의 룰이다. 여기에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여성 네비게이터(역시 여성죄수들)를 포함하면 그야말로 자극적인 소재의 완벽한 집대성. ‘죽음의 경주’는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본능을 활성화시키는 최고의 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