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페인의 마요르 광장. 미국을 비롯 전세계 150개국의 각 대표들이 모여 911로 촉발된 대 테러 협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미국의 대 테러전쟁을 바라보는 현실 속 세계인의 시선을 반영하듯 이곳에서도 미국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행사를 생중계하는 미 방송국 GNN의 프로그램 책임자 렉스(시고니 위버)는 이런 현장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보도하려는 앵커의 코멘트를 자르고 미국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촬영하는 카메라맨을 나무란다. 한편 백악관 경호실의 반즈(데니스 퀘이드)가 부상으로부터 복귀한다. 1년 전 대통령 암살기도 사건 시 대신 총알을 맞았던 그가 돌아온 사실도 또 하나의 흥미로운 뉴스거리. 긴장된 그의 모습이 보인다. 행사는 계속 진행되고 드디어 미 대통령의 연설 순서가 된다. 그 순간 갑..
루이 레테리에의 는 어찌 보면 일종의 핸디캡을 안고 출발하는 주자와 같다. 이 영화가 이안의 의 속편이 아니라고 아무리 몸서리치며 항변해봤자 이미 우리는 이 녹색괴물이 지금의 테크놀로지와 결합되면 어떤 비주얼을 보여줄지 웬만큼 예상이 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관객이 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굳이 설명해 보자면, 는 전범으로 남아있는 TV 시리즈로부터 바로 건너뛰는 작품이 아니라, 중간에 불과 5년의 시간차를 가진 이안의 를 쌍둥이 형제로 둔, 그래서 그와의 비교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동시대의 결과물처럼 느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믹스에서 탄생해 TV를 거쳐 마침내 스크린에서 한층 진화된 놀라운 화면을 보게 되리라는 관객의 바람은 한풀 꺾인 것이 되고 만다. 이를테면 영화 기술의 발전을 과시하며 예고편..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케빈 코스트너는 표정이 많지 않은 배우다. 격한 감성을 표출하는 캐릭터, 또는 여러 가지 감정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산하는 역할은 왠지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심지어 고뇌에 휩싸여있을 때도 그의 얼굴은 오히려 무표정하다. 그는 분명 평소에 온화한 얼굴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보여주는 미소는 차라리 냉소(冷笑)에 가깝다. 그 인상과 특유의 미소 또한 매력적인 것임은 분명하나, 이것이 동시에 그를 ‘차가운 신사’ 이상의 이미지로 포장해내지 못하는 한계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얘기해 이미 영광의 시절이 지나버린, 중년의 이 배우는 『미스터 브룩스』에서 그 자신의 캐릭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살인행위에 중독된 자신을 타일러보지만, 그게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