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싱어는 그 스스로가 '엑스맨' 시리즈의 프로페서 X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가 마블이 아닌 다른 집안의 빨간 '빤스' 영웅에게 혹해 돌연변이들을 버리고 떠났을 때도 아마 이 시리즈의 팬들은 그가 언젠가 돌아와 주리라는 막연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려 깊고 인자한 찰스 이그재비어가 자기가 길러낸 돌연변이들을 영원히 내팽개치리라는 상상은 할 수 없으니까. 그리하여, 정말, 브라이언 싱어가 돌아왔다! 는 그 무엇보다 시리즈 창조자의 귀환이 반가운 영화다. 브렛 래트너가 신나는 초능력의 격전지로 만들었던 이나 개빈 후드가 테스토스테론 가득한 마초 액션물로 그려낸 모두 나름 재미있었지만, 이 영화들에서 과 가 가진 미려한 균형감각을 느낄 순 없었다. 브라이언 싱어가 가진 균형감각은 겉모습만..
영화 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첫인상은 나 시리즈의 어두운 톤과 확연히 구분되는 그 오색찬란한 색채감각이다. 이 영화의 기원에 대해 조금도 준비 하지 않았다면, 역시 마찬가지로 형형색색의 코스튬을 선보이던 유쾌한 슈퍼히어로 영화 와 영화의 분위기가 비슷하리라 오해 할만도 하다. 단적으로 말해 는 앳된 10대 소년, 소녀가 적의 머리에 총알 구멍을 내고 악당의 팔을 너덜너덜하게 부러뜨리고 그들의 배를 회 뜨듯 칼로 뚫어버리는 영화다. 밝은 색의 코스튬으로 아래 위를 꾸민 이 영웅들은 그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잔인한 액션을 선보인다. 다만 고어씬에 선천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일부 관객들은 이들이 그나마 화면 전체를 피 칠갑으로 물들이진 않는다는 데 고마워할 수는 있겠다. 주인공 데이브(아론 존..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롤플레잉 게임이라면 모를까, 판타지 장르를 영화로 만난다는 것이 썩 즐거운 일은 아니다. 창작자의 상상력에 완전히 의존하는 이 세계에 온전히 빠져든다는 것은, 그것에 직접 참여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상상력의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하면,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화면에 보여지는 그대로 믿는 태도가 이 판타지 장르를 관람하는 올바른 자세다. 영화 가 나에게 판타지 영화로서가 아니라 다른 부분을 통해 인상을 심어주는 것도 그 이유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 이야기에 빠져들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의 이야기, 즉 청년 트리스탄(찰리 콕스)이 하늘에서 떨어진 별 이베인(클레어 데인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