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러닝타임을 통해 소비되는 것만이 아니라 감상 후에도 여러 가지 영감을 전해주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하나의 상품처럼 비유하는 게 썩 내키진 않지만, 어쨌든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은 마치 하나의 건전한 품질보증서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말하자면 작품에 대한 사전기대와 사후만족도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와 로부터 시작된 감독에 대한 신뢰가 크나큰 기대감으로 바뀐 이후에도 결코 실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나 같은 작품들을 애써 폄훼하려 해도 떠오르는 어휘가 없는 것이다. 다만 한 명의 관객으로서 이후로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놀라운 상상력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미야자키의 세계는 여전히 흥미롭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할 때마다 자연스레 지어지는 미소. 하지만 분명한 것은 ..
를 본 것은 고등학생이 다 돼서였다. 어린 시절이라고 하기엔 머리가 너무 컸던 그때에도 사쯔키와 메이, 그리고 세 마리의 토토로가 벌이는 소박하지만 환상적인 이야기에 넋을 놓았다. 지금은 그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으나 사실 그 이전에도 을 꼬박꼬박 챙겨보던 내 모습만은 잔상으로 남아있다. 그 외에 그의 손길이 들어간 작품들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받아들이며 성장해온 내 또래 세대들은 그의 이름이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지금 현재 대중적인 인지도 면에서 가장 유력한 애니메이션 작가로 미야자키 하야오를 꼽는데 아무도 주저하지 않는다. 비록 그의 작품세계에 동화되지 못한 이들이라도 말이다. 나는 지금도 미야자키 하야오, 혹은 지브리의 신작들을 여전히 고대하고 있다. 키리도시 리사쿠의 은 이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