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 트웰브』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테스의 명연기(!)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전편보다 뒤떨어지는 영화의 분위기를 이 코미디 한방으로 만회하려는 것 같은 느낌에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테스와 브루스 윌리스가 펼치는 한바탕 코미디쇼는 그자체로 즐겁긴 했지만, 마치 이 대목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고 도망가는(?) 제작진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인 『오션스 13』은 그런 과거를 반성하듯 아예 1편의 방식으로 회귀한 영화다. 대립각을 세우는 적의 존재도 『오션스 일레븐』과 흡사하고, 2편에 비해 쓸데없는 수다도 조금 줄었으며, 무엇보다도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듯 1편의 엔딩을 그대로 답습하며 끝을 맺는다. 한동안 개개인의 삶에 충실하던 오션과 친구들은..
시리즈물의 후속작들은 항상 전편과 비교당하는 핸디캡을 안고 출발한다. 더구나 그 전편이 꽤 훌륭할 경우엔 속편들은 작품자체로 평가받지 못하는 부당한 대우마저도 감수해야 한다. 속편의 숙명과도 같은 이 냉정한 평가는 완벽한 팀웍으로 완전범죄를 꿈꾸는 오션 일당이라고 해도 피해갈 수 없다. 유쾌한 도둑질이라는 기본 소재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더 재밌게 만들기가 어려운 일이란 것쯤은 일개 관객이라 해도 짐작 하고 있다. 기껏해야 동어반복이라는 핀잔을 들을 수밖에 없는 『오션스 트웰브』는 그래서 캐릭터들의 수다는 더 늘어나고, 코미디는 더 황당해지고, 범죄는 더 엉망이 되어가는 영화가 되었다. 오션 일당이 어떤 범행을 해도 신기해하지 않을 관객들을 위해 여러 잔가지들을 더 키운 격이랄까?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
말쑥한 차림의 정장이 잘 어울리는, 한없이 선량한 도둑들이 주인공인 『오션스 일레븐』은 코미디이자 판타지 영화다. 특히 이 도둑그룹의 우두머리와 참모격인 두 사람의 모습은 너무나 눈부셔서 이들이 벌이는 행위가 범죄라는 상상조차 들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범행의 성패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데, 출소한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이 멤버들을 하나둘 모으는 영화 초반부의 익살맞음, 이를테면 자금을 조달할 물주인 루벤(엘리엇 굴드)이 오션과 러스티(브래드 피트)에게 과거 세 명의 카지노 도둑들을 언급하며 그 것이 얼마나 무모한가를 설명하는 장면만 보더라도 관객은 이 영화가 선량한(?) 범죄의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임을 거의 확신할 수 있다. 소더버그가 『오션스 일레븐』으로 성취하고자 한 것은 뒤통수를 때리는 통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