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간의 화제의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이 영화에 대해 끼적거리려다 그만두기를 여러 번, 그새 시간은 한참이나 지났다. 이유는 뭐, 이미 할 얘기는 다 나온 마당에 중언부언 하기도 그렇고, 영화에 대한 느낌이 첫 번째 감상과 두 번째 감상 사이에서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뭔가 잘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랄까. 내가 본 ‘판도라’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거울. 혹은 새로운 오락거리로 다가온 단순한 환상. 관객들의 현실 탈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는 매우 정형화된 이야기에 보는 이의 현실 감각을 마비시킬 만큼 탁월한 시각효과를 얹힌 롤러코스터 영화다. 아니, 반대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비주얼을 뼈대로 하고 거기에 살짝 스토리를 더했다는 편이 옳겠다. 를 보며 든 첫 번째 생각은,..
영화는 전체 러닝타임의 처음 3분의 1을 이렇다 할 대사 없이 진행한다. 그나마 등장하는 대사는 월리(월-E)와 이브의 통성명 정도로 나머지는 모두 캐릭터의 몸짓과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의 기계음으로 묘사된다. 그 동안 하나의 거대한 쓰레기 덩이가 되어버린 지구의 황량함이 월리를 쓰레기 더미 가운데 한 점으로 보이게 하는 부감시점과 묵시록에 어울릴만한 음악을 통해 드러난다. 생명체라곤 이 쓰레기 처리 로봇을 졸졸 따라다니는 바퀴벌레 한 마리뿐인 이 외로운 지역에 바로 월리의 아지트가 있다.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아이템들을 하나 둘 선반에 진열하는 모습은 로봇 월리를 흡사 희귀품을 수집하는 인간처럼 보이게 한다. 더구나 뮤지컬 속 사랑을 속삭이는 노래에 감동하는 월리. 웬만한 인간보다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