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몇 장을 샀다. 몇 장을 한꺼번에 구입한 건 오랜만이다. 발매되는 신보에 별 관심이 없는 나로선 음반 선택이 꽤 즉흥적이다. 온라인음반판매사이트를 마주한 채 마우스커서가 오가는 데로 선택한다. 물론 요즘처럼 미리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는 환경 하에선 나도 먼저 검색을 통해 대상이 과연 살 만한 앨범인지 판단을 내리고는 한다. 이런 과정이 한편으론 음반의 깊이 있는 감상을 미리 차단하는 측면도 있다. 첫 귀에 반하는 음반도 있고 여러 번 들었을 때 그 깊은 매력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하지만 어쨌든 이것이 다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위해서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그렇게 구입한 음반은 모두 네 장. 스노우 패트롤(Snow Patrol)의 [A Hundr..
Mr. Big이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었다면 아직까지도 라이브의 필수트랙이 될 것이 분명한 ‘Daddy, Brother, Lover, Little Boy’와 ‘To Be With You’만으로도 앨범 [Lean Into It]의 의의는 모두 증명된 셈이다. 이 극단적인 두 트랙은 Mr. Big의 지향점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전자가 비르투오소 집단으로서의 밴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후자는 이들의 연주력과는 별 상관없이 뛰어난 감성의 작곡능력(특히나 슬로템포의 노래들에 있어서)을 여실히 확인시키는 곡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에 대한 감상을 밝힐 때, Eric Martin의 블루지하면서도 허스키한 보컬, Billy Sheehan과 Paul Gilbert의 장난감 다루는 듯 하는 현 연주, Pat Torpey..
북구의 밴드들이 내뿜는 헤비니스의 바람은 은근한 중독성을 품고 있다. 특히 스웨덴에서 배출한 두 밴드, In Flames와 Soilwork를 빼놓고 그 바람의 성질을 얘기하기 힘들다. 솔직히 In Flames에 비해 약간 낮은 이름값의 Soilwork지만, 서로의 뮤직비디오에 교차출연 할 만큼 절친한 이 두 팀의 음악적 매력을 이야기하기에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90년대 후반에 등장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Soilwork야말로, 2000년을 지나 지금 다시 불고 있는 헤비니스의 열풍에 딱 어울리는 그런 밴드다. 이른바 멜로딕 데스메틀이나 메틀코어 등의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사실 그 경계도 잘 모르겠다), 최근의 경향으로 볼 때 그런 장르를 설명할만한 음악적 특징들은 분명하다. 과..
오지 오스본은 어쩌면 대운(大運)을 상징하는 태몽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가 이 뮤직 비즈니스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이유로 단순한 운이 아닌, 뮤지션으로서 그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적잖은 악재 속에서도 뛰어난 기타리스트들을 만나고 히트곡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바라보자면, 이건 하늘이 준 행운이 그를 뒤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가능할 정도다. 헤비메틀의 기념비적 기타리스트인 토니 아이오미를 만나 예의 그 ‘저주스런’ 목소리로 어둠의 지배자가 되었으며, 팀에서 나와 약물과 음주로 방황하다가도, 좌청룡 우백호에 비유할 수 있는 특급 연주자들을 언제나 옆에 두었던 인물. 이제는 귀여운(?) 할아버지의 얼굴이 되어버린 이 어둠의 황제는, 그렇게 신..
때론 ‘거장’이라는 단어에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많은 대중의 인기와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이 ‘거장’이라는 단어로 탈바꿈해 해당 아티스트를 수식할 때엔, 왠지 모를 강압을 느끼곤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다수의 의견이 뭉쳐 혹시 있을지 모를 소수의 반대를 암묵적으로 억압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쯤 생각해 보게 된다. 예를 들어 Toto와 같은 밴드를 ‘별로’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 그렇게 심각한 얘기는 아니다. 단지 Toto의 지나치게 매끈한 팝음악이 조금 거슬렸을 뿐이랄까. 분명 비르투오소 집단임이 틀림없는 이 괴물들이 내놓는 음악들은 너무나 절제되고 너무나 감미로워서 혹시 '금욕의 계'라도 결성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참아도 정도..
Alter Bridge의 신보 [Blackbird]와 Bonnie Raitt의 1995년도 라이브앨범 [Road Tested]를 구입했다. Alter Bridge의 이번 음반은 1집 [One Day Remains](2004)를 너무나 좋게 들어서, 언제 나오나 한참 기다린 앨범이다. 이들의 두 번째 앨범인 [Blackbird]에서도 Mark Tremonti의 멋진 리프와 솔로, 게다가 Myles Kennedy의 중고음의 목소리, 즉 이제는 어느새 주류 락뮤직에서는 들을 수 없는 그런 스타일의 기타와 보컬이 맞물려 뛰어난 하드락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직 앨범을 한번밖에 듣지 못했으나 전작의 타이틀곡 ‘One Day Remains’를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트랙 ‘Tie That Bind’는 이 앨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