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7년 겨울, 북부 이탈리아의 어느 외딴 수도원. 노년의 수도사는 젊은 시절의 자신이 그곳에서 겪었던 끔찍한 일화를 회상한다. 젊은 수도사 아드소(크리스찬 슬레이터)와 그의 스승 윌리엄(숀 코너리)은, 프란체스코파와 교황 측 간의 청빈에 관한 논쟁을 풀 만남을 위해 이 수도원에 온다. 이 둘은 다른 이들에 비해 먼저 수도원에 도착하지만, 그 때문에 요한계시록의 내용과 관련하여 수도사들이 하나 둘 죽어 나가는 현장을 보게 된다. 과연 이 것은 종말이 가까이 왔다는 신의 계시일까, 아니면 신의 사랑을 질투하는 악마의 소행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 수도원 내의 누군가가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것일까. 윌리엄과 아드소의 추리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은 계속된다. 움베르토 에코의 방대한 중세의 기록이 영화로 다시 ..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세기에 언어라는 강력한 도구로 재건축한 중세의 모습은 현재와 다른 패러다임 속을 걷는 미지의 세계다. 움베르토 에코는 이 시기의 철학, 신학적 쟁점들을 에 쏟아 놓았다. 그것도 미스터리라는 가장 강력한 매혹의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작가의 상상력이 고스란히 독자의 뇌리에 남을 수 있는 효능을 발휘하도록 말이다. 멜크의 아드소와 그의 스승인 배스커빌의 윌리엄은 14세기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통해, 이렇게 중세의 이야기 한 조각을 우리에게 전한다. 철학이 신학에 종속되어 인간의 이성을 새장에 가둬두었던 속 중세는, 불변의 진리가 인간의 손에 의해 확정된 시대였다. 성서의 해석을 두고 논쟁과 반목을 일삼던 세력들이, 실은 세속의 권력을 신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