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개성이 다른 선수들이 대회우승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한자리에 모인다. 혹독한 훈련과정, 선수들간의 감정대립, 시스템 안에서 드러나는 불합리, 이 모든 역경을 외치고 드디어 마지막 결전의 순간에 다다른 주인공들. 최종 경기는 이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지금까지 거쳐왔던 수많은 장애물들이 부상, 역전, 승리, 패배, 좌절, 환희 같은 감정과 단어들에 깃들어 이 마지막 경기를 수식한다. 마치 코 끝이 찡해오듯 강렬하게 농축된 이 인생의 축소판. 누군가가 승리하면 다른 누군가는 패배하는 결코 따뜻하지 않은 결과의 이분법.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실제 스포츠경기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는 스포츠영화는 매우 드물다. 불확실성에서 오는 긴장감과 한 순간의 차이로 결정되는 긴박한 승부를 완벽하게 짜인..
내 눈을 의심했다. 와 의 감독이 영혼은 물론 육체마저 정확히 일치하는 한 사람이라는 것은 사기극이다. 적어도 동명이인일 가능성 정도는 남겨줬어야 한다. 어떻게 이 두 영화가 같은 사람의 손으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단 말인가. IMF라는 세 자 알파벳으로 한국을 수식할 수 있었던 시절의, 부산의 마약시장을 둘러싼 생존게임 은 잔인하리만치 숨막히는 밀도의 영화다. 화면은 차갑고 인물은 뜨거우며 사건은 처절하다. 도무지 쉴 틈이 없었던 에 비하면 최호 감독의 그 전작인 에서는 열 숨 정도는 돌릴만한 여유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이야기와 우연히 만난 20대 청춘이 서로에게 끌리는 스토리가 어떤 유사한 부분을 가지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소재부터 확연히 다른 두 영화다.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