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녀석들은 잘난 척을 좀 해줘야 한다. 아직 새파랗게 젊은 내가 그래도 일년 이년 나이를 먹어가면서 한가지 생각의 변화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어렸을 때는 남의 재능에 배 아파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동시대에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질투. 사실은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 노력이 병행되었기에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신이 주신 능력으로 별 힘 안들이고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이른바 ‘잘난 녀석들’인 줄 알았다. 근데 언제부턴가 내가 삶을 그럭저럭 잘 보내려면 이런 부류의 인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삶으로부터 무미건조함을 느끼거나, 때론 힘이 들 때, 혹은 인생의..
스스로를 돌아보면 확실히 끈기가 있는 성격은 아니다. 특히나 싫증을 잘 내는 스타일이라 무슨 일, 어느 사물, 어떤 사람에게든지 꾸준한 관심을 주는 경험은 거의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뒤늦게 후회할 일도 꽤 많았던 것 같다. 특히나 사람인 경우엔 더욱. 대상이 음악이라 해도 크게 다르진 않다. 그나마 CD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니던 시절에는 휴대한 몇 장의 CD를 하루 종일 듣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지만, 지금처럼 엄청난 양의 음악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 MP3P의 시대라면 한 곡의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폴더의 노래를 검색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새삼 선택 받지 못한 CD속 숨겨진 명곡을 찾자는 얘기는 아니고, 그만큼 한 곡에 ‘삘’ 꽂혀 올인하는 경험이 줄어들었다는 ..
존 메이어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일단은 그 꽤나 복잡한 (혹은 연주하기 까다로운) 기타리프에, 그 다음엔 어떻게 이리 대중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할 만큼 멋진 코드진행과 멜로디라인에 귀가 열린다. 여기에 더해 그의 메이저 데뷔앨범 [Room For Squares]에서 10대 소녀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Your Body Is A Wonderland’처럼 간지럽지만 여성팬을 사로잡는 작사방법도 한편으론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몇몇 트랙이 겹치는 그의 데뷔앨범 [Inside Wants Out]과 메이저 데뷔앨범만 들어봐도 그 매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차트에서의 좋은 성적과 그래미 수상 등으로 거칠 것이 없는 이 아티스트는 두 번째 앨범 [Heavier Things]로 그 여세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