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목이자 와이오밍 주의 산 이름인 ‘브로크백 마운틴’은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영화의 러닝타임 중 처음 3분의 1은 산이 스스로를 주인공들의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데 소요된다. 푸르디 푸른 하늘, 흐르는 계곡물, 포근한 양떼, 두드러진 녹색의 산림 등, 잭(제이크 질렌홀)과 에니스(히스 레저)의 뒤쪽으로 산의 풍경이 하나씩 펼쳐진다. 그 모습은 마치 관객의 기억 속에 이 장소가 아련하게 각인되길 바라는 하나의 희망처럼 느껴진다. 카메라가 주인공들과 산에 드리운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두 사람이 양떼를 지키는 일로 고용된 일개 노동자가 아닌 것 같은 착각마저도 들 정도다. 꼭 그 어떤 고민 없이 찾아온 듯한 이 공간. 오로지 자연과 마주하기 위해서, 혹은 두 사람..
는 이미 고담시의 압도적인 분위기를 훨씬 웃도는 거대한 명성을 순식간에 얻어냈다. 직업적인 평론가건 단순한 영화광이건 배트맨의 골수팬이건 간에 누구든 서로 앞다투어 이 작품을 칭송하는데 여념이 없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아마도 이 작품 이후 어떤 영화를 만들든지 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감독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조금 비관적으로 묻자면, 자칫 그의 필모그래프의 꼭지점이 여기에서 멈출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대답이 나온다. 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가. 황홀한 영광 뒤에 따라올 무지막지한 기대감. 공교롭게도 나는 이미 수많은 소식들을 접하고 기대감에 들뜬 상태에서 를 감상한 셈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더라’는 말은 적어도 이 검은 박쥐 날개를 펼치고 마천루를 횡단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