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고 내 귀를 괴롭히는 이어폰 삼총사

따지고 보니 1년 365일이다. 내 귀는 하루라도 은근히 부담스러운 이어폰의 무게에서 벗어나 본적이 없다. 이건 뭐 거의 혹사구나.

음악을 좋아한다는 핑계 이전에 심심함을 못 참는다고 말하는 편이 옳겠다. 어찌 음악 없이 길을 걷거나 차를 탈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나마 전엔 책 볼 때도 그랬는데 요즘은 그새 나이가 들었는지 책 읽을 때만큼은 귀를 쉬게 해줘야 한다. 쉽게 말해 한 해가 지날수록 멀티 태스킹이 잘 안됨.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엔 항상 걸려있는 이어폰, 헤드폰.

 


아무튼 아직까진 다행히도 불평 없이 머리 양쪽에 올곧게 붙어있는 내 양 귀. 그 귀를 날마다 괴롭히는 녀석들이 누구인지 한번 찬찬히 꺼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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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MDR-EX55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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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Technica TH-380AV

사실 내가 쓰는 이어폰들은 모두 저가제품들이다. 일단 경제적 이유가 첫째 원인이 되겠고, 그 다음엔 어차피 손실음원인 mp3를 들으면서 고가의 이어폰을 쓰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좀 말이 안 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은 느낌. 근데 들리는 말로는 고가와 저가 이어폰의 차이가 크다곤 한다. 실제로 들어보진 않아 잘 모르겠다.

마지막 이유는 이거다. 이어폰은 줄을 길게 늘어뜨린 그 생김새의 특성상, 그리고 활동을 하면서 착용한다는 그 용도의 특이성 때문에 주위의 지형지물에 걸리거나 해서 쉽게 망가지기 일쑤다. 더구나 운동할 때 끼고 뛰면서 쓰다 보면 접속불량으로 들리지 않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나에게 있어 이어폰은 거의 소모품이나 마찬가지다.

G3나 D2 살 때 포함되어 있던 번들은 몇 번 듣고 말았고, 초기에는 저렴하고 성능 괜찮은 젠하이저 mx400, mx500을 쓰다가 지금 쓰는 제품들은 대략 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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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널형 이어폰 MDR-EX55SL

소니 mdr-ex55sl은 전에 사용하던 크레신 lmx-e630의 한쪽 이어패드를 분실하면서 새로 구입한 커널형 이어폰이다.

커널형 이어폰의 단점이라면 이어패드를 잃어버리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 또 하나는 외부의 소음을 어느 정도 차단해주기 때문에 차량과의 접촉이 많은 지역에서는 약간은 위험하다는 사실. 실제로 뒤에서 차가 오는 소리도 못 들은 채 길을 가로지르다가 놀랐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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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와 한 컷. 연장선이 매우 길어 제공되는 클립으로 정리해야한다.

하지만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다거나 볼륨을 평소보다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lmx-e630을 못쓰게 된 이후에 새로 쓸 커널형 이어폰을 알아보다가 선택한 것이 mdr-ex55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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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패드의 분실과 함께 서랍 속으로 사라져버린 Cresyn LMX-E630

근데 듣다 보면 옛 크레신 제품이 심히 그리워지는 그런 제품이다. 소음차단도 만족스럽지 않은데다가 mdr-ex55sl의 다소 가벼운 소리에 적응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귀가 그리 민감하지 않아 자세한 설명은 불가능하지만 대충 고음역대와 저음역대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랄까. 고르게 퍼져 있지 않은 느낌. 이것도 저가형이기 때문에 큰 불평은 할 수 없지만 실제론 lmx-e630과 비슷한 가격대인 것을 감안해보면 조금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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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포함되어 있는 파우치. D2를 넣고 다니면 알맞다.

mdr-ex55sl은 원래 선이 매우 짧아서(약 0.5m) 연장선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게 또 엄청나게 길어 동봉된 클립으로 정리를 해서 쓴다. 역시 함께 들어있는 부드러운 재질의 파우치도 mp3p를 넣어서 사용하기엔 그만. D2에 딱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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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테크니카의 저가형 헤드폰 TH-380AV

오디오 테크니카의 헤드폰 th-380av는 사실 음악감상을 위해 구입한 것은 아니었다. 기타녹음을 위해 Audio Kontrol 1을 들여놨을 때 모니터를 하기 위해 산 것이었는데, 요즘 기타를 만지지 않게 되면서 음악감상용으로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일단 헤드폰은 귀 속이 편안해져서 좋다. 사실 하루의 3분의 1이상의 시간 동안 몸 안에 뭔가를 품고 있어야 하는 귀의 입장으로서는 차라리 포근히 덮어주는 헤드폰이 더 반가우리라. 그래서 저녁에 음악을 들을 때는 브리츠 br-2200n 스피커 혹은 th-380av를 대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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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거의 이 녀석과 함께 한다.

품질은 저가형 헤드폰이 거기서 거기일 듯. 연주파트라던가 음들이 그다지 선명하게 분리되어 들리진 않지만, 확실히 이어폰으로 들을 때와는 느낌이 다른 것이 새롭긴 하다. 다만 디자인으로 보나 선의 길이로 보나 애초에 휴대성은 없는 제품. 집에서 듣기에 알맞다.

마지막은 볼테크의 vx500인데 우연하게 알게 되어 대량(?) 구입한 제품이다. 요게 또 괜찮은 것이 엄청 저렴한 가격에 전에 쓰던 젠하이저 mx400, mx500과 성능이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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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rtec VX500. 가격을 생각하면 이만한 제품이 없다.

운동을 할 때나 뭔가 격한 움직임을 필요로 할 경우에는 항상 이 녀석을 가지고 다닌다. 아무렇게나 써도 부담이 없는 데다가 웬만한 가격의 제품들에 비해 듣기도 좋다. 고음역대보다는 저음역대가 강조된 듯한 성향도 젠하이저 제품과 비슷하고 로고만 없다 뿐이지 디자인도 똑같다. 원래 유명 회사의 OEM으로 생산, 제공되는 일본 포스터사의 제품이란다. 가격대비 만족감이 큰 이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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