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책 -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열린책들 죽음과 삶, 끝과 시작, 그리고 생의 완결 고통의 터널을 지나오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흔히들 시간이 약이라고는 하지만, 영혼의 상처를 극복하는 일은 어쩌면 마음 안 쪽 지하실 구석 어디쯤에 그 아픔을 숨겨두는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그것은 슬픔이 눈앞에 바로 펼쳐질 듯 생생한 위치로부터 한 계단 한 계단 물러서듯 아래로 옮겨지고 있으나, 마치 영원히 폐기할 수는 없는, 불에 태우거나 땅에 묻더라도 맘 속 지하실 구석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없는 그런 의미일 것이다. 다시는 건드리고 싶지 않은 그 아픔은 자신의 존재를 이 세상 속에서 지우지 않는 한 언제나 그 계단들을 거슬러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그 동기가 무엇이 될지,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