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은 언제나 한가지 감상만을 낳는다. 그것은 독자가 등장인물 어디쯤을 방황하다 의혹의 눈길을 둬버린 용의자에 대한 기억이다. 말하자면 밝혀진 범인과 읽는 이가 찍어뒀던 용의자 사이의 차이만이 뚜렷이 남을 뿐이랄까. 그가 범인이었던가? 아니다, 그 사건은 그가 범인이었어. 근데 어떤 사연이 있던 살인사건이었지? 이렇게 추리소설은 우리가 책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몇 가지 기억의 갈래 중 하나만을 남겨둔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여운에도 불구하고 추리소설은 재미있다. 인륜을 거스르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미지의 범인을 향한 두근거림, 그리고 실제범인과 상상의 용의자가 일치할 때의 쾌감이 추리소설을 읽는 흥미를 돋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는 각자의 어두운 사연을 간직한 10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