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n Almighty / 에반 올마이티 (2007) - 누가 에반을 전지전능하다고 했나

전작인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누가 뭐래도 뉴스 생방송 중 앵커 에반(스티브 카렐)이 펼치던 원맨쇼였다. 분명 <브루스 올마이티>의 주인공은 브루스(짐 캐리)였고, 그가 보여준 능청과 익살이 영화 전체를 잘 이끌어나가긴 했지만, 이 한편의 코미디 영화가 우리의 뇌에 각인해준 이미지 중 에반의 몫이 적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 영화 이후로 연일 승승장구하는 배우 스티브 카렐의 현재를 입증하듯 <브루스 올마이티>의 속편엔 브루스가 등장하지 않은 채, 오히려 그의 전지전능한 힘에 농락당했던 에반이 주인공이 되어 돌아왔다. 과연 그 한 장면의 효과가 크긴 컸나 보다.


그러나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제목 그대로 놀라운 힘을 얻게 된 브루스, 그래서 스프를 홍해처럼 갈라보기도 하고, 교통체증을 일시에 해소하거나, 잘 빠진 옷을 아무 힘도 안들이고 자신의 몸에 걸쳐보며 그 힘을 마음껏 누렸던 그와 달리, <에반 올마이티>의 에반은 어찌된 것인지 성경의 노아처럼 방주나 만들라는 임무만 얻게 된다. 단시간에 거대한 방주를 만드는 능력과 깎아도 금새 다시 자라는 수염 정도를 ‘올마이티’라는 수식어로 칭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 각종 동물들이 에반만을 바라보며 쫓아오는 것도 신기(神技)라면 신기일까. 어쨌든 <에반 올마이티>의 에반은 신의 놀라운 힘 한번 사사로이 누려보지 못하고 환경과 시민을 위한 노동의 권리만 부여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전작인 <브루스 올마이티>가 전해주는 대리만족의 쾌감이 감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짐 캐리가 예의 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캐릭터인 브루스는, 신의 능력을 얻게 되면서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그 힘을 사용해 본다. 터무니없는 상상이긴 해도, ‘올마이티’한 힘을 얻어 자기 맘대로 써본다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설정이다. 또한 이 이야기는 마치 스파이더맨 시리즈처럼 ‘큰 힘엔 책임이 따른다’는 곁다리 교훈을 끼워팔기에도 너무나 안성맞춤인 셈이다. <에반 올마이티>의 에반도 전작의 브루스처럼 고군분투하긴 마찬가지다. 놀라운 신체액션(주로 얼굴을 이용한)의 코미디를 보여주는 짐 캐리의 그것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해도, 스티브 카렐 특유의 소심하면서도 따뜻해 보이는 개그가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허나 영화의 제목과 왠지 어울리지 않는 설정과, 전작에서 자신이 펼쳤던 최고의 연기와 같은 효과를 주는 장면이 이 영화엔 배치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 등이 <에반 올마이티>를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코미디물로 만들어 버렸다.


오히려 영화적으로 본다면 에반은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더욱 ‘전지전능’했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그의 놀라운 코미디 연기는 때에 따라 오히려 주인공인 브루스를 압도했을 정도다. 그러나 누군가를 받쳐주는 역할에서 영화 전면으로 전진배치 된 스티브 카렐의 모습은 확실히 파괴력이 약해 보인다. 전작에서 브루스가 영화 안(브루스)에서 전능한 힘을 얻고, 에반이 영화 밖(스티브 카렐)에서 마찬가지의 파워를 획득했다면, <에반 올마이티>의 에반은 영화 안에서나 밖에서나 더 이상 ‘올마이티’하지 않다. 이제는 천상에서 심심해진 신께서 더 이상 지상에 내려오시지 않기를 바라는 수 밖에…

* 이미지출처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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