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orium's Wonder Emporium /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 (2007) - 이 장난감 가게에서 갖고 싶은 것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이하 <마고리엄>)은 귀여운 상상력이 기분 좋게 펼쳐졌던 <스트레인저 댄 픽션>의 각본가 자크 헬름의 연출데뷔작이다. 그의 각본작에서 알 수 있듯이 <마고리엄>의 바탕에도 그의 톡톡 튀는 상상력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마고리엄(더스틴 호프만)의 가게에 진열된 살아있는 장난감들로부터 뿜어져 나온다. <마고리엄>이 바라보는 세계는 우리가 가장 천진했던 시절의 동심의 세계다. 자신의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장난감들이 언젠간 스스로 살아 움직이길 기대하는 마음. 어느새 우리가 잊고 지내는 그 어릴 적 추억들을 끄집어 내는 것이 <마고리엄>의 목표다.


그러나 감독의 이전 각본작이었던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 재기 넘치는 상상력을 이용해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하며 미소 짓게 만들었다면, <마고리엄>의 상상력은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 영화에서 상상의 조각들은 모두 장난감들로 형상화되는데, 대개는 우리가 익히 보아 왔던 종류의 결과물에 그치고 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슷한 소재를 사용했던 배리 레빈슨의 <토이즈> 속 장난감들이라던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흥미를 돋우기 위해 삽입한 신기한 마법의 생물들, 혹은 가깝게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그 세트를 연상시키는 백화점 내부를 보여주는 게, <마고리엄>의 상상력이 보여주는 가능성의 한계다. 언제나 동어반복은 지루하듯, <마고리엄>에 등장하는 전혀 새롭지 않은 상상력의 단면을 보는 것 역시 그리 즐겁진 않다.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 장난감 가게의 주인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 또한 제대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가능성에 머물러 있는 마호니(나탈리 포트먼)가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친구와 어울리지 못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소년 에릭(자크 밀스)의 내면을 끌어내는 과정과 그 목표 역시 너무 평범하고 모범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만약 이 영화가 철저히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 정도의 표현이 그리 잘못되었다고 말하긴 힘들다. 허나 그랬다면 오히려 상상력의 크기를 키워 더욱 신기한 장난감의 세계에 집중하는 편이 더 옳았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에 몰입할 뿐, 교과서에 나오는 옛 이야기들에 신경 쓸 시간을 따로 두지 않으니까. 영화가 애써 치장한 장난감들이 전혀 신기하지 않다면, 그것을 이용해 만든 이야기가 아무리 좋더라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법.


이쯤에서 더스틴 호프만의 열연(?)이 아쉬운 것은 별 수 없다. 그의 짧은 체구와 온화한 표정이 마고리엄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최적이라는 것엔 동의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 일흔이 다 된 이 명배우가 혀 짧은 소리로 발성하는 대사들을 듣는 것은 한편으론 재미있지만 한편으론 안타깝다. 배우의 노력에 따라오지 못하는 영화만큼 안타까운 것은 없다. 귀엽게 들려야 할 그의 대사들이 때론 답답하게 여겨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신기한 장난감의 세계도 지금 아이들의 눈높이엔 충분치 않고, 매일 아침 양치질 하는 것마냥 익히 들어온 교훈을 반복하는 것도 지겨운 이 시점에서, 영화 <마고리엄>은 캐릭터의 자리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 굳이 이 영화의 장점을 꼽자면 나탈리 포트먼의 눈부신 미소뿐.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에서 갖고 싶은 것이라곤 그것뿐이다.

* 이미지출처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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