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Reservation / 사랑의 레시피 (2007) - 치유와 화합의 레시피로 완성한 담백한 맛

어쩐지 영화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여성들의 이미지는 대개 이런 식으로 정해진 듯하다. 여성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 고유의 영역을 차지하는 것은 이제 보기 드문 일이 아님에도 영화 속 커리어 우먼들은 항상 어딘가 괴팍하거나 신경질적이며, 결정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남성들에게 적대적인 것으로 그려진다. <사랑의 레시피>의 케이트도 부주방장으로 들어온 닉(아론 에커트)이 자신을 내몰고 주방장 자리를 꿰차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멜로드라마의 공식은 이 둘을 사회적 라이벌에서 연인으로 만드는 데 익숙하다. 그리고 여기엔 향기가 스크린을 넘어 전해질 듯한 멋진 음식들이 한 몫 거들고 있다.


<사랑의 레시피>는 최고의 자리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는 소재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 영화만큼 현실적이고도 냉정한 결론을 내버리는 영화는 아니다. 차라리 <사랑의 레시피>는 닉과 케이트와 그녀의 조카 조이(애비게일 브레슬린)가 만들어내는 달콤한 팬케잌만큼이나 편안한 영화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에서 전문직 독신여성에 대한 편견의 단면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사랑의 레시피>는 그보다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서로 모여 동화 같은 화합을 이루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편이 옳겠다. 엄마를 잃은 조이와 일밖에 모르는 이모인 케이트가 함께 살게 되면서 겪는 갈등에, 항상 자신감에 넘쳐 있지만 결국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하지 못하는 닉이 합류한다. 조이는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을 연결해주고, 닉은 조이에게 유쾌하고 편안한 어른의 모습을, 케이트는 닉에게 사랑과 함께 인생의 앞날을 결정할 용기를 전해준다.

 


요리는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한 방식이 된다. 슬픔과 반항심에 음식에 손을 대지 않던 조이가 닉이 능청스럽게 건네주는 스파게티를 너무나 맛있게 먹는 장면이나, 그런 조이가 닉의 도움을 받아 케이트에게 피자를 만들어주는 부분들은, 음식이 그것의 맛을 넘어 교감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사랑의 레시피>가 그리 뚜렷한 개성 없이도 관객의 마음을 쥐는 이유가 존재한다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의 손길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다. 그것은 부모님의 손일 수도, 연인의 손일 수도, 아니면 자부심에 충만한 요리사의 멋들어진 솜씨가 배어있는 손길일 수도 있다. 그것이 이 영화의 등장인물 같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음식이라면 한번쯤 맛보길 권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것은 마음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치유의 음식이자 타인과 타인이 만나 새로운 유대감을 형성하는 화합의 레시피다. <사랑의 레시피>는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맛을 전한다.

* 이미지출처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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