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7 - 장강7호 / CJ7, 長江七號

독특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주성치의 신작, <장강7호>. 주성치라는 이름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반 이상의 호감을 갖게 되는 기존의 팬들이라면 뭐 따로 할 말이 뭐가 있으랴. 시공을 초월하는 그만의 만화적 상상력은 <장강7호>에서도 여전하다. 가난한 두 부자, 주성치와 서교가 집안의 바퀴벌레를 놓고 벌이는 대결이나 덩치 큰 두 동급생의 무협영화 같은 결투는 <장강7호>가 소림사 무공으로 축구골대를 부숴버리는 <소림축구>, 온갖 무협 고수들이 그 가공할 실력을 뽐내는 <쿵푸허슬>과 여전히 같은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증거가 된다. 여기에 <소림축구> 이후로 컴퓨터 그래픽에 더욱 탐닉하는 감독의 취향이 이번 영화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CG로 탄생된 일명 ‘장강7호’가 영화의 메인 캐릭터. 이 외계생물체는 단호하게 귀엽다고 말하기엔 약간 꺼림칙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영화 내내 갖가지 행위예술을 통해 제 한 몫 다 하려 애를 쓴다.


영화는 이 독특한 캐릭터를 매개로 가족의 소중함, 더 정확히는 부자간의 애틋한 정을 이야기한다. <장강7호>에서 주성치는 하나뿐인 아들에게 필요한 것을 마음껏 베풀지 못하는 가난한 아버지를 연기한다. 영화에서 아버지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데 영화는 ‘장강7호’라는 괴생물체와 아들 샤오디에 영화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모양새다. 기존 감독, 주연을 겸했던 그의 영화들에 비하면 한발 물러서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과정에서 연출해 내는 눈물겨운 장면들은, 전작들이라면 그만의 캐릭터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괴이한 페이소스를 끌어내는 대상으로 보여졌을 테지만, <장강7호>에서는 그저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기이한 신파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장강7호>를 통해 인상깊게 볼 수 있는 것은 사실 ‘장강7호’의 재롱이 전부로, 엄밀히 말하면 그조차도 그 동안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에 미치진 못하는 것 같다. 어차피 주성치의 영화에서 그럴듯한 내러티브나 스크린으로 빨려 들어갈 만큼 아름다운 영상미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의 캐릭터가 약화됨으로써 드러나는 손실이 가장 커 보인다. 아들과의 바퀴벌레 잡기 내기만으로는 정말 부족하다. 좀 더 ‘골 때리는’ 메인 캐릭터로 나섰으면 어땠을까?

 


결론은 이렇다. 캐릭터에 대한 기대심리를 조금 낮춘다면 <장강7호>는 꽤 볼만한 가족영화가 된다. ‘장강7호’도 잘 뜯어보면 그래도 귀여운 구석이 있다. 개인적으론 그 젤리 같은 몸통만 좀 용서가 된다면 그렇게 보는 것도 가능하다. 주성치 영화의 광적인 팬이라면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감독-주성치, 출연(주연은 아니니까)-주성치, 이 크레딧만으로 영화는 인정받을 수 있다. 그것도 아니고 그저 <소림축구>, <쿵푸허슬>의 그 황당한 상상력에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던 (나 같은) 평범한 팬이라면 <장강7호>는 어딘가 부족한 영화가 된다. 영화는 캐릭터 ‘장강7호’의 활약에 너무나 의존하고 있으며, 영화 속 눈물 나는 부성애를 느끼기에는 관객의 머리가 이미 커버렸다. 다만 여전히 빛을 발하는 주성치만의 독특한 유머감각이 미소를 만들어낼 뿐으로, 이마저도 없었다면 <장강7호>는 CG 캐릭터에 묻혀 아무 개성 없는 영화가 될 뻔했다.


여기서 하나 더, <장강7호>는 영화 자체보다도 영화 외적인 사실이 오히려 더욱 충격적이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장강7호’를 애지중지 아끼는 샤오디 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배우, 서교. 장래가 촉망되는 이 아역배우의 성별이 ‘여자’라는 것은 그야말로 샤말란 영화 이상의 충격을 안겨준다. 주성치는 혹시 영화의 완성도를 미리 짐작하고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준비했던 게 아닐까? 주성치의 전작들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다분할 <장강7호>는 정말 의외의 곳에서 반전을 배치해 둔 셈이 됐다. 야, 이거 정말 속았다. 엇, 이거 스포일러가 돼버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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