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몸짱 로봇들의 이종격투기 - Transformers / 트랜스포머 (2007)

 돌을 던질 수 없는 블록버스터

사람들은 말한다. 블록버스터라는 외투를 입고 나온 영화들이 설령 두뇌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돌을 던지지 말 것을. 그래서 나도 이 영화의 머리에서 동전 굴리는 소리가 난다고 돌을 던지지는 않을테다. 평소라면 기꺼이 단단한 짱돌을 던졌을테지만 착한 범블비가 맞게 될까 두려워 차마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취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우선 말하고 싶다. 어째서인지 그걸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트랜스포머는 올여름 스파이더맨3에 이어 가장 기대했던 영화다. 어린시절 기억의 한 귀퉁이를 지배했던 거대변신로봇의 위용을 그림이 아닌 실사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분좋은 것이었다. 이 덩치 큰 로봇대전의 총지휘관은 스티븐 스필버그, 핵심참모는 마이클 베이란다. 딱 영화의 규모에 걸맞는 우두머리들이다.

 

결국 어린시절의 꿈은 반쯤은 실현된 듯 하다. 실제로 만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림에서 실사(엄밀히 말하자면 실제처럼 보이는 애니메이션인 셈이지만)로 진화한 셈이니까. 그것에만 만족한다면야 좋겠으나 어디 인간의 욕망이 범블비의 순수한 마음 같을까.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는 만족과 불만족이 뒤섞인 오묘한 감정을 낳아버렸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스토리의 부실함에는 돌던지지 않을 것이다. 돌 쥔 손이 근질근질하긴 하다.


당신은 로봇의 모습이 기억나는가?


변신하는 거대로봇이 가져다주는 비주얼쇼크는 대단했다. 툭 터놓고 말하자면 트랜스포머의 CG팀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주인공인 윗위키(Shia LaBeouf)와 오토봇군단(소대라는 표현이 좋을 것 같지만)의 만남신(Scene)과 이어 벌어지는 정원에서의 개그쇼(?) 시퀀스였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부하들을 소개하는 장면은 감독의 특성상 로봇들을 여유있게 감상하기 어려운 이 영화에서 그들을 비교적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드문 순간이었고, 정원에서의 해프닝도 트랜스포머의 시각효과팀이 얼마나 로봇들에 공들였나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실제 금속인양 실감나는 질감을 뿜어내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늠름한 뒷다리를 보라!)

사실 로봇을 좀더 여유있게 감상하고팠던 나는 마이클 베이 특유의 연출법이 우려됐었다. 그 의 영화들에서 5초 이상 지속되는 샷을 찾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고, 움직이지 앉고 가만히 앉아있는 카메라가 만약 인간이라면 그의 영화에서 가차없이 퇴출당할 것이다. 그의 카메라가 느려지는 순간은 매우 드문데, 심각하고 웅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미군들이 슬로우모션으로 등장하는 장면 정도랄까. 제작비 절감을 위해 미 국방성의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는 일개 감독의 비애 때문이라면 뭐 할말은 없다. (요즘 핵무기 개발로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이란의 과학자들을 조롱하는 대사 정도는 아마 그들에게 던져주는 덤이겠지.)

어쨌든 나는 영화가 끝나고 오토봇과 디셉티콘 대원들의 멋진 몸(?)들이 머리에 그려지길 바랐을 뿐이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사운드트랙의 선과 악


옵티머스 프라임의 몸 대신 내 뇌리에 남은 것은 멋진 음악이었다. 거대한 금속성의 로봇이 도시와 고속도로를 점령한다. 게다가 잘 빠진 자동차의 모습으로! 왠지 연상되는 음악이 떠오르지 않는가? Rock 내지 Heavy Metal!! 실제로 트랜스포머의 OST에는 다수의 인기 록밴드들이 참여했다.(트랜스포머의 오랜 팬이라면 아마도 과거 Lion의 “Transformers"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영화의 엔딩에는 Linkin Park의 “What I've Done"이 흐르는데 다소 파괴력은 약하지만 옵티머스 프라임의 비장한 연설(?, 다짐?)과 잘 어울린다. 이외에도 얼마전 재결성되어 앨범을 발표한 Smashing Pumpkins의 ”Doomsday Clock", Disturbed의 강력한 “This Moment", Goo Goo Dolls의 감미로운 ”Before Its To Late“등의 곡들이 포함되어 있는 트랜스포머의 사운드트랙은 록팬들에게 영화의 감동을 상회하는 만족을 줄 것이다.

영화의 장면과 함께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곡은 The Used의 “Pretty Handsome Awkward”인데, 경찰차로 변신하는 디셉티콘의 바리케이드가 윗위키와 미카엘라(Megan Fox)를 공격하자 범블비가 그들을 구해주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리듬감있는 기타리프가 울려퍼지면서 주인공의 수호자 범블비가 출발하는데 어찌나 짜릿하던지. 개인적으로 마이클 베이는 자동차를 이용한 장면(추격신을 비롯)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장면이 그러하다. The Used의 곡은 영화에서는 리프부분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보컬이 들어간 원곡도 멋지다.

이외에 주인공의 애정전선을 위해 범블비가 틀어주는 사랑의 노래들도 그 유머감각과 함께 선곡이 돋보인다. The Cars의 “Drive", Marvin Gaye의 ”Sexual Healing"등의 명곡들을 적재적소의 시기에 틀어주는 자동차라니. 범블비같은 차 어디 없나...

그러나 영화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오리지널 스코어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의 문제이겠으나, 이미 마이클 베이와 몇몇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 온 Steve Jablonsky의 음악은 본 영화에서 너무 심각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웅장하다. 더구나 이 영화가 표면적으로 유머가 섞인 틴에이저물의 모양새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왠지 음악의 분위기와 매치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일까? 뭐, 작곡가는 대개 제작자들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누구 한명을 탓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덫에 걸리다

자블론스키의 음악도, 로봇들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 것도 모두 참을 수 있었지만 끝내 마지막 전투 시퀀스에서는 집중력을 잃고 말았다. 지루했다는 말이다. 뭔가 번쩍한 것 같은데 실체는 없는 무엇. 영화 자체가 순식간에 변신하여 보고싶었던 변신순간을 여유있게 지켜볼 수 없었던 트랜스포머를 닮았다. 태생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실사판 트랜스포머는 일정부분의 만족감만 채워준 채 그렇게 떠나고 말았다. 이것이 제작진의 의도였다면 꽤 성공한 셈이다. 부분적으로 졸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 그 덫에 걸려들었으니까. 슬쩍 맛만 보여준 채 2년 후에 다시 오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수법이랄까. 근데 2년 후에는 제발 돌만은 던지지 않게 해다오.


[잡소리] 트랜스포머에 대한 과대망상?

* 이미지출처 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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