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감성 마케팅 (김영한, 임희정)



집 근처의 스타벅스에 종종 가는 편이다. 조그만 매장이라 그런지 내가 가는 시간대엔 사람도 별로 없어, 커피나 차 한잔 사서 앉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에 참 좋다. 물론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멍 때리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이 프랜차이즈 카페를 집과는 또 다른 편안한 휴식공간이라 생각하고 있다. 과거의 커피숍처럼 굳이 누군가와 함께 와서 담소를 나눠야 어울릴만한 장소가 아니라, 혼자 오더라도 담배냄새 하나 배어있지 않은 깔끔한 좌석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좋은 곳이 지금의 스타벅스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카페들일 것이다.

문제는 커피의 가격인데, 확실히 스타벅스의 커피값은 가볍지 않다. 이 책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의 표지에도 적혀있듯 그것을 ‘점심 값보다 비싼 커피 한 잔의 사치’라 부를 만도 하다. 커피 한잔 값에 포함되는 비용들을 비단 커피 원료에만 국한하지 않고, 여기에 직원들의 서비스, 장소제공 등 각종 부가가치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비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니까. 결국 이것은 이곳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만족도에 따라 가격이 비싼지 아닌지 그 평가기준이 나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스타벅스, 혹은 커피빈등의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콩으로 빚은 우리 고유의 음식재료에 빗댄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그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굉장히 성업 중이라는 사실이다.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의 저작은 바로 이 성공의 원인을 분석해 보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바로 스타벅스, 혹은 스타벅스 코리아의 마케팅 비결을 알아보는 것이다.

이 책의 초판이 2004년에 발행되었음을 감안하면 사실 지금(2008년)에 와서 책 내용을 얘기하는 것이 조금은 시대착오적이라 볼 수도 있다. 어떤 사업분야의 마케팅은 결국 특정 소비자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그 대상은 주변환경과 민감하게 반응하며 시시각각 그 형태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느 시기에는 이런 마케팅 방법이 먹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들어 스타벅스의 영업성적은 과거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여기엔 기타 프랜차이즈 식품업체들과의 경쟁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그것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스타벅스 자체의 문제점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몇 년 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의 스타벅스를 분석한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을 자세히 뜯어보는 것은 지금에 와서 약간은 시간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그런 문제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책을 살펴보자면, 이 책 내용 중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한 단어가 바로 ‘감성’이다. 이는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이라는 책 제목이 암시하듯 책 전체의 주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감성’의 키워드와 연결되어 있는 소비자 계층을 조금 과격하게 단순화 해보면, 대체로 삶을 고민하는 단계를 벗어나 문화를 즐기기 시작했으며, 단순히 커피 향만이 첨가된 것이 아닌 비교적 좋은 질의 커피를 선호하고, IT 등 시간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에 민감한, 한마디로 제품 자체의 품질은 물론이고 여기에 가격보다는 서비스의 질이 제품을 선택하는데 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는 그런 사람들이 되겠다. 즉 이들은 스타벅스의 비싼 커피값이 그들이 제공하는 분위기와 서비스에 충분히 상응하는 것이라 여기는 소비자들이다.

책에서 분류된 항목 하나 하나를 읽어보면 모두 일리 있는 분석처럼 보이긴 하지만, 때로는 중복되는 내용이 적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 행운의 숫자 7을 두 개 겹친, 77가지나 되는 스타벅스의 마케팅 비법들이 모두 와 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품 자체는 물론이고 그보다 그것을 제공하는 서비스맨들을 더 중요시하는 부분, 즉 이른바 사람 중심의 경영방법이나, 인테리어 방법을 비롯한 고유의 하나의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유연하게 현지화 하는 스타벅스의 태도 등은 읽어볼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것은 이 책이 스타벅스라는 거대한 하나의 브랜드가 성공한 진짜 이유를 밝힌다기 보다는 이미 알려져 있는, 혹은 매장을 지나치는 소비자들이 이미 몸으로 느낀 그 원인들을 단순히 정리하는데 그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 안에는 스타벅스의 미래, 특히 창업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이 브랜드의 지금의 현실을 예언한다거나 하는 날카로운 시각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책을 읽는 와중에 때로 이 책이 스타벅스 기업내의 홍보물처럼 여겨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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