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 かもめ食堂

핀란드의 작은 일본 음식점, 카모메 식당. 이곳에서 방금 새로 고안해 낸 오니기리를 세 사람이 맛보고 있다. 본래 이 일본식 주먹밥엔 넣지 않는 재료들인 순록고기와 청어, 가재 등을 넣어 만든 특이한 오니기리다. 가게 주인 사치에(코바야시 사토미)와 얼떨결에 식당 일을 돕게 된 미도리(가타기리 하이리), 그리고 이곳의 첫 손님이자 평생 무료 고객이 된 핀란드 소년 토미가 차례대로 새 주먹밥을 집어 든다. 그러나 결과는 영. 두 일본인들은 물론이고 토미의 얼굴에도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표정은 들지 않는다. 어색한 재료들의 만남. 손님 없는 가게에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던 미도리가 제안한 이 단출한 시식회는 별 성과 없이 끝이 난다. 그날 저녁, 사치에와 미도리는 함께 합기도 동작을 하다 문득 계피롤을 만들어보자 합의한다.

 

 

 

<카모메 식당>의 대략적인 정서는 이렇다. 촘촘히 짜인 계획대로 움직이는 인생은 재미없다. 의욕이 넘치는 바람에 조금 멀리 가버리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과연 핀란드에서 사전 시장조사는 했을까 의심스러운 사치에의 식당 사업엔 미래에 대한 거창한 포부나 물질에 대한 집착 같은 요소들이 끼어들 틈이 없다. 누군가를 먹이고 그 통통해진 대상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성격만이 사치에로 하여금 이 평화로운 유럽 땅에서 음식을 하게 만든 유일한 동기다. 이른바 전통 음식의 현지화라는 현대적인 슬로건 아래 세 사람이 가졌던 주먹밥 시식은, 결국 이들에게 있어 뭔가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이 적잖이 부자연스러움을 증명한다. 차라리 전통적인 재료로 만든 오니기리와 엉겁결에 생각난 시나몬롤이 결국엔 더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어린 시절, 사치에가 많이 먹이는 바람에 세상을 떠났던 고양이에 대한 기억처럼, <카모메 식당>은 과도한 배려, 지나친 욕심에 대항해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크건 작건 간에 혼자 짊어지는 하는 삶의 무게가 있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가 간섭할 수도, 뭐라 평가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 작은 식당에 모인 이들은 각자가 가진, 비록 거창하진 않더라도 간혹 마음 한 구석이 젖어 드는 그 아픈 기억들을 애써 캐내려 하지 않는다. 그저 들리면 들리는 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의 장벽을 굳이 우회하지 않은 채로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 누군가의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설명하듯 이들은 감상적인 말을 아끼고, 판에 박힌 충고를 잠시 접어둔다. 그래서 인물들 사이의 관계는 오히려 어떤 극적인 효과 없이, 마치 말을 안 해도 편안한 친구 같은 사이가 되어간다. 영화 또한 마찬가지로 뚜렷한 클라이맥스가 필요 없는 하나의 휴식 같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대신에 <카모메 식당>은 그 자극 없는 러닝타임의 사이사이와 스크린의 빈 공간들을 썰렁하리만치 엉뚱한 유머와 은근한 향을 풍기는 커피와 계피롤, 그리고 오니기리로 메꾼다. 관객은 식당의 손님들처럼 사치에가 내린 코피루왁의 기분 좋은 향을 음미하거나 어른의 것인지 아이의 것인지 모를 그들의 천진한 농담을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 영화 속 토미가 말했던 것처럼 멋진 숲에 둘러 싸인 핀란드는 그 자체로 이 식당에 평화로운 기운을 불어넣는다. 이 낯선 유럽국가와 정갈한 일본 음식이 서로를 마주보면, 영화를 보는 이도 이 의문스런 조합에 점점 동화되기 시작한다. 귀여운 낙관주의가 향기를 뿜는 오기가미 나오코의 <카모메 식당>은 숲을 바라보듯 왠지 녹색이 어울릴 것 같은 영화다. 그 안에 있으면 더 없이 안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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