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터 엑스트림 / The Transporter 2

화면의 때깔이 좀더 진중해졌고 폭발하는 화염이 더욱 화려해졌을 뿐 바뀐 건 없다. 프랭크(제이슨 스테이덤)의 멋진 차량이 BMW에서 아우디로 바뀐 것도 하나의 변화라면 변화. <트랜스포터>의 프랭크는 <트랜스포터 엑스트림>(이하 <트랜스포터 2>)에서도 여전히 재빠른 그 발차기를 선사한다. 악당들은 이번에도 요령 없이 무식할 뿐, 자신들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폭력 중독자들로 짜인 이 오합지졸 악인들의 얼굴에 프랭크의 정의의 주먹이 꽂히는 것도 시간문제. 보는 이는 편안히 앉아 또 한번의 환상적인 액션의 질주를 구경하기만 하면 된다. 이번에도 논리, 인과, 설득 등을 관장하는 뇌의 일부분은 잠시 휴가를 보내준다면 더없이 좋을 따름.

 


감독은 전편의 미술 감독(이라곤 하지만 인터뷰를 보니 감독 코리 유엔과 스탭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주로 담당했던)인 루이 레테리에가 맡았지만 크레딧에는 무술안무 감독으로 여전히 코리 유엔의 이름이 올라와있다. 그래서인지 프랭크가 악당들과 나누는 몸의 대화는 여전히 중화권 액션영화의 분위기를 풍긴다. <트랜스포터>에서 악당들을 일망타진하던 프랭크가 온몸에 검은 기름을 묻혀가며 싸우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재미있는 액션장면 있었듯 이 속편에선 봉과 소방호스를 활용한 곡예에 가까운 명장면이 있다(기름을 활용한 격투 장면은 전편에 이어 속편에서도 잠깐 등장한다). <트랜스포터 2>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도 보는 이의 눈을 잡아두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아련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예전 홍콩 액션영화에 대한 묘한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것. 황당한 액션의 연속이 거짓말인줄 뻔히 알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보게 되는 그 심리. 주인공의 놀라운 유연성과 스피드가 빛을 발하는 액션장면은 이 시리즈의 정체성이 되어 버렸다.

 

 

 

<트랜스포터 2>에는 그 외에도 주인공의 신체적 능력이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알리듯, 혹은 제작비가 전편의 그것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과시하듯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악당들에 의해 차량에 설치된 폭탄을 프랭크가 제거하는 장면이나 양쪽에서 다가오는 차들로부터 몸을 피하는 신기에 가까운 공중점프,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의 최종보스인 악당 지아니(알레산드로 가스먼)와 펼치는 마지막 대결 등은 주인공 프랭크의 슈퍼히어로도 울고 갈만한 초인적인 능력을 십분 보여준다.

곧 3편이 공개될 예정인 이 시리즈가 관객으로부터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의외의 호감을 이끌어 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영화의 속편들을 기다리는 그들이 제이슨 스테이덤의 순수한 팬일수도 있고 적어도 주류 영화 안에선 한동안 그 맥이 끊긴 것 같았던 마초 캐릭터를 영화가 되살린 측면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트랜스포터 2>의 프랭크는 힘든 액션의 와중에 직설적인 문구들로 자신의 입을 더럽히지 않는 대신 간혹 그 과도한 ‘후까시’에 몸이 간지러워질 만큼 썰렁한 대사들을 내뱉는다. 주인공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폼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웃기다. 혹시 이런 면에 관객들이 혹한 것이 아닐까. 무척 진지한 것 같으면서도 적잖이 웃긴 영화의 분위기.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이가 아닐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이 주인공의 육체는 어쩌면 동시대성을 상실한 채 지금 이 시간에 서있기에 더 매력을 발산하는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패션이나 대중문화 속에서 복고에 대한 수요가 때마다 반복되듯, 한참이나 그 유행이 지난 액션영웅의 전형이 모든 것이 무척이나 빨리 지나쳐가는 지금의 시대에 다시 태어나 묘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지금의 훌륭한 상업영화들이 가지는 미덕, 그 중 하나를 굳이 꼽자면 잘 짜인 시나리오조차 제대로 보유하지 않은 <트랜스포터>, <트랜스포터 2>의 속편이 기다려지는 것은 마치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개그프로그램의 다음 주 방송을 기다리는 심정과 비슷한 것 같다. 뭔가 대단하진 않아도 한 시간여를 근심 없이 소모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2008/12/23 - 트랜스포터 / The Transporter
2009/01/09 - 트랜스포터: 라스트 미션 / Transport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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