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Vanden Plas: Far Off Grace (1999)

독일의 메탈밴드 Vanden Plas를 소개하고자 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아마 Dream Theater일 것이다. 음악 혹은 뮤지션들을 장르별로 묶는 시도는 굉장히 편리하여 특정 뮤지션에 대해 별도의 설명을 첨부하지 않아도 읽는 이들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반덴 플라스는 드림 씨어터와 함부로 엮기에는 아까울 만큼 훌륭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다.


1985년 드럼의 Andreas Lill과 보컬리스트 Andy Kunz의 만남이 기원이 된 반덴 플라스는 몇 년 후 기타리스트 Stephan Lill이 합류하고 90년에 베이시스트 Torsten Reichert, 키보디스트 Günter Werno를 맞이하여 현재의 라인업을 이루게 된다. 이들은 90년대 초반 자신들의 곡을 써나감과 동시에 “Jesus Christ Superstar", "The Rocky Horror Show"같은 록 뮤지컬에 참가하면서 이후 밴드의 방향을 모색하거나 연주능력을 향상시켜 나갔다. 이 같은 활동은 향후 이들의 음악적 색깔을 살펴보는데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된다.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반덴 플라스는 독일 내 뿐 아니라 주변국들에까지도 활동범위를 넓히고 싶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식으로 앨범을 발표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뮤지컬 활동으로 안정된 수입원을 가지고 있었던 밴드는 자비를 들여 스스로 프로듀싱한 데뷔앨범 『Colour Temple』을 94년 발표한다. 이들의 데뷔앨범은 언론과 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으며 Kingdom Come, Savatage같은 밴드들의 서포트 밴드로 활동하면서 점점 유럽지역에 이름을 알려나가기 시작한다.

성공적인 데뷔앨범 이후 이들은 팬서비스 차원의 EP 『Accult』(1996)를 발표한다. 어쿠스틱 연주로 이루어진 이 앨범에는 이들의 오리지널 곡과 더불어 마릴리온Marillion, 레이 찰스Ray Charles, 사이공 킥Saigon Kick 등의 커버곡들이 담겨져 있어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어지는 앨범『The God Thing』은 97년에 발매된 이들의 두 번째 정규앨범으로 발매직후 언론과 팬으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앨범의 성공과 함께 밴드는 또 하나의 기회를 잡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드림 씨어터의 유럽투어에 게스트로 참가는 일이었다. 드림 씨어터와의 공연을 매우 성공적으로 마친 반덴 플라스는 99년에 본 앨범 『Far Off Grace』를 발표한다.

Vanden Plas:
Far Off Grace
(1999)

01. I Can See
02. Far Off Grace
03. Into The Sun
04. Where Is The Man
05. Iodic Rain
06. I Don't Miss You
07. Inside Of Your Head
08. Fields Of Hope
09. I'm In You
10. How Many Tears (Bonus Track)
11. Georgia On My Mind (Bonus Track)

 


헤비한 기타리프로 시작되는 오프닝 곡 “I Can See"는 탄탄한 리듬섹션과 곡 전체를 감싸고 있는 키보드 사운드를 바탕으로 그 위에 앤디 쿤츠의 멜로디컬한 보컬을 선보이고 있다. 으레 프로그레시브 메탈밴드들에게 기대하는 현란한 연주력도 갖추고 있는 반덴 플라스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와 다름없는 특유의 멜로디라인이다. 여타 드림 씨어터의 카피밴드들이 무분별한 엇박자를 남발하고 있을 때 반덴 플라스는 그들만의 멜로디라인을 만들어 내는데 주력해왔다. 이는 아마도 90년대 초반 이들이 경험한 뮤지컬 활동으로부터 영향 받은 결과일 것이다. 두 번째 곡이자 타이틀 곡 ”Far Off Grace"는 이런 이들의 장점을 매우 잘 드러내고 있는 곡이다. 특히 곡의 중반 이후 들을 수 있는 스테판 릴의 감성적인 기타 라인과 귄터 베르노의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는 “Far Off Grace"의 백미다.

3번 트랙 “Into The Sun"은 ”I Can See"에서처럼 스테판 릴의 헤비한 기타리프가 전면에 등장하는 곡이다. 또한 보컬 후렴구의 멜로디 진행이 매우 매력적인 곡이며 귄터 베르노의 현란한 키보드 솔로를 들을 수 있다. 이 곡을 기타와 키보드의 유니즌 플레이로 이루어진 긴 엔딩을 끝으로 마무리하면 잠깐 쉬어갈 수 있는 “Where Is The Man"이 이어진다. 이 곡은 청자에게 마치 하나의 록 뮤지컬 곡을 듣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앨범 『Far Off Grace』의 전반부를 듣고 있으면 이들이 의도적으로 헤비한 트랙들을 두곡 간격으로 삽입했다는 느낌을 받는데, 다섯 번째 곡인 “Iodic Rain"도 역시 무거운 기타리프가 노래전체를 지배하는 트랙이다. 이 곡에는 귄터 베르노의 인상적인 키보드 솔로가 포함되어 있으며 스테판 릴의 격정적인 기타 솔로 또한 들을 수 있다. 다음은 반덴 플라스 특유의 멜로디 감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발라드 ”I Don't Miss You"가 이어진다.

7번 트랙 “Inside Of Your Head"는 잠시 긴장을 늦춘 감상자를 다시 헤비한 메탈의 세계로 이끄는 곡이다. 중독성 있는 앤디 쿤츠의 후렴구가 귀를 떠나지 않는다. 시타르sitar사운드로 시작하는 ”Fields Of Hope"에서는 스테판 릴과 귄터 베르노의 유니즌 플레이를 다시 감상할 수 있으며 스테판 릴의 탁월한 리프 감각과 연주능력을 확인 할 수 있다. 마지막 트랙에 해당하는 “I'm In You"는 ”I Don't Miss You"에서 맛 볼 수 있었던 반덴 플라스의 감수성을 또 한번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하지만 시종일관 조용했던 “I Don't Miss You"와 달리 격정적인 엔딩을 포함하고 있다. 

이 앨범은 발매된 지역마다 서로 다른 보너스트랙을 가지고 있다. 내가 구입한 국내 라이센스음반에는 이들의 데뷔앨범 『Colour Temple』과 EP 『Accult』에 수록되어 있는 “How Many Tears"와 레이 찰스의 곡을 커버한 ”Georgia On My Mind"가 실려 있다.(참고로 유럽발매반에는 도켄Dokken의 “Kiss Of Death"가 반덴 플라스의 연주로 포함되어 있다.) 특히 “How Many Tears"는 이들의 대표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훌륭한 완급조절과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을 보여주는 환상적인 곡이다. 특히 프랑스에서 인기가 높은 반덴 플라스는 두 번째 앨범 『The God Thing』의 프랑스반에 이 곡을 불어 가사로 녹음하여 “Combien De Larmes"라는 제목으로 실은 바 있다. 이 곡에 대한 프랑스팬들의 사랑은 이후 2000년에 발매되는 라이브 앨범 『Spirit Of Live』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서 앤디 쿤츠는 영어와 불어를 섞어서 노래 부르고 있는데, 불어 부분을 소리 높여 따라 부르는 팬들의 함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덴 플라스는 2002년 『Beyond Daylight』, 최근인 2006년엔『Christ O』를 각각 발표하면서 누군가에게 귀속되지 않은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 이미지출처 www.vandenplas.de
* 참고사이트 www.vandenplas.de
www.progressiveworl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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