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구글 수표

 

믿기 힘들겠지만 이곳도 이틀에 100달러를 넘게 버는 때가 있었다. 그것이 단 한번이었다는 게 중요하지만 말이다. 티스토리로 블로그를 꾸미고 왠지 모를 의욕에 넘쳐 열심히 글을 쓰던 2007년 어느 날의 얘기다. 다른 블로그들을 통해 애드센스 소식을 듣고 마침내 이곳에도 붙여놓고 하루하루 오르던 수익을 기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이른바 애드센스 영광의 시대는 지났고(나는 그 끝물에 살짝 걸친 느낌이었다) 때문에 0의 행진이 계속되는 지금이지만 이 블로그에는 여전히 애드센스 광고가 삽입되어 있다. 블로그를 완전히 방치해둔 몇 개월 동안에도 이 녀석은 스스로 몇 만원에 해당하는 달러를 모금해 두었나 보다. 그걸 확인하니 이 자본주의의 아이콘이 일견 기특해 보이기도 하고 강요나 구걸이 아니라면 그저 달아두는 것만으로 뭐가 나쁘랴 싶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까지 수익금을 받지 못한 미련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반가운 DHL 택배. 이 큰 봉투 안에 달랑 종이 한 장이 들어있을 뿐이다.


드디어 애드센스 수표, 즉 구글에서 날아온 수표를 처음 만져본다. 2년이 채 안 되는 동안 모아진 달러가 260이 조금 넘었다. 지불보류를 해제하고 배송방법을 DHL로 설정하고 기다리니 집에 턱 하니 도착한 이 녀석. 그 동안 웹상의 숫자에 불과한, 실체 없는 대상 같던 구글 수표가 내 손에 만져지니 신기하기도 하고, 앞으로 다시 볼 일이 없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다.

DHL 배송비 24달러를 제하고 236달러가 날아왔다. 도착은 생각보다 빨랐다.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 블로그가 물질적 척도의 대상이 되는 것이 껄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이 작은 공간이 베푼 물질적 보상이 적지 않았다. 애드센스는 지금 환율로 30만원이 될까 말까 한,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액수를 가져다 줬고, 사실 알라딘 ttb의 경우 그보다 많은 금액을 마일리지로 날라다 줬다. 블로그를 통해 얻은 이런 저런 것들을 합하면 그 크기는 더욱 커진다.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받기에는 적지 않은 숫자다. 다만 지금 애드센스 수익은 거의 전무하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ttb 리뷰 적립금이 그 수십 배에 달할 정도다(덕분에 책 산 금액을 적잖이 회수하거나 앞으로 살 돈을 굳히고 있다). 이쯤에서 광고와는 잘 맞물리지 않는 본인의 능력을 일찌감치 확인하고 억지 없이(곧 달러를 향한 불타는 사명감 없이) 블로그를 운영해온 태도가 다행일 따름이다. 그랬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글을 끼적대고 있을 수도 없었으리라.

처음이자 마지막일 구글 수표를 앞에 두고 이 글을 쓴다. 매달 받는다면 이렇게 글을 쓰지 않았을 테지만 개인적으로 희귀한 이벤트이니 한번쯤 남겨보고 싶었다. 근데 수표가 발행되는 과정이 참 궁금하다. 전세계 엄청난 숫자의 애드센스 유저들이 매달 수표를 신청한다면 그 일은 과연 누가 감당하는 것일까. 이 미지의 세계에 한발 들였다 뺀 느낌이다. 내가 죽기 전에 다시 들일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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