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Def Leppard: Retro Active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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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 Leppard: 1977~1984

80년대 가장 거대한 메탈밴드 중 하나로 기억되는 데프 레퍼드의 출발은 77년 영국 셰필드(Sheffield)의 어느 스푼공장이 그 무대가 되었다. 베이스를 연주하던 릭 새비지(Rick Savage)와 기타의 피트 윌리스(Pete Willis), 그리고 드럼의 토니 케닝스(Tony Kennings)는 당시 10대의 나이로 Atomic Mass라는 밴드를 결성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새로 합류한 보컬리스트 조 엘리엇(Joe Elliott)이 Def Leppard(Deaf Leopard를 발음대로 표기한)라는 밴드명을 가져오면서 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게 된다. 스푼공장에서의 리허설을 마친 후, 이들이 여섯 명의 친구들을 관객으로 삼아 연주한 크리스마스 공연은 밴드의 비공식적인 첫 공연이었다. 이때 이들은 몇 곡의 커버곡과 자작곡을 함께 연주했는데, 그 중에는 데이빗 보위(David Bowie)나 씬 리지(Thin Lizzy)의 곡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음해인 1978년에는 스티브 클락(Steve Clark)이 팀의 세컨드 기타리스트로 가입한다. 그가 가입하기 전까지 끝없이 연습만을 반복했던 데프 레퍼드는 공연을 하지 않을 경우 팀을 탈퇴하겠다는 새 기타리스트의 협박성(?) 멘트를 듣고, 78년 7월 밴드의 공식적인(입장료를 받은) 첫 공연을 성사시키기에 이른다. 이후 드러머 케닝스가 해고되고, 밴드의 데뷔 EP 『The Def Leppard』를 임시 드러머인 프랭크 눈(Frank Noon)의 도움으로 완성한 다음 같은해 11월, 새로운 드러머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현재까지 데프 레퍼드의 드럼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릭 앨런(Rick Allen)이다.

이들의 라이브공연이 점차 명성을 얻게 되자 79년에는 BBC의 유명한 라디오쇼인 John Peel's Show를 통해 밴드의 곡이 첫 전파를 타게 되었고, 드디어 프로페셔널의 세계에 입성한 멤버들은 모두 생업을 그만두고 유일한 학생이었던 릭 앨런은 학업을 중도 포기한다. 80년에는 그들의 데뷔앨범 『On Through The Night』을 발표하고, Judas Priest, Ted Nugent, AC/DC 등의 공연을 통해 미국에서의 데뷔무대도 가지게 된다.

            


두 번째 앨범 『High N' Dry』를 81년에 발표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간 데프 레퍼드는, 특히 당시 라디오 중심의 ‘듣는’ 대중음악을 TV를 통해 ‘보는’ 음악으로 뒤바꿔버린 MTV를 통해 “Bringin' On The Heartbreak"가 자주 방송되면서 미국 내에서의 입지도 굳혀 나간다. 1982년에는 원년 기타리스트 피트 윌리스가 탈퇴하고, 밴드 Girl 출신의 필 콜린(Phil Collen)이 팀에 합류한다.

새로운 기타리스트를 맞아 완성한 세 번째 앨범 『Pyromania』(1983)는, 싱글 “Photograph"가 빅히트 함과 동시에, 미국내에서만 700만장이라는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기록한다. 밴드는 83년과 84년에 걸친 세계투어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곧이어 네 번째 앨범의 구상에 들어가는데, 이때 데프 레퍼드에 있어서 첫 번째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드러머 릭 앨런이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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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 Leppard: 1985~1992

릭 앨런은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잃었다. 사고 직후 팔의 접합 수술을 시도했지만 세균의 감염을 우려한 의료진은 결국 그의 팔을 떼어내야만 했다. 드러머의 부재로 데프 레퍼드의 앞날이 잠시 어두운 듯 보였으나, 정작 이때부터 진짜 밴드의 역사가 시작된다. 릭 앨런은 없어진 한쪽 팔을 대신할 수 있는 연주법을 찾았는데, 그것은 커스텀으로 제작된 일렉트릭 드럼킷이 해법이 되어주었다. 85년을 온전히 이 생소한 드럼킷의 연마에 바친 릭 앨런은 86년 8월에 그토록 기다렸던 무대에 다시 오를 수 있었다. 소중한 드러머를 되찾은 데프 레퍼드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앨범작업에 박차를 가한 끝에, 이듬해인 1987년 자신들의 네 번째 앨범 『Hysteria』를 내놓게 된다.

데프 레퍼드의 대표곡들인 “Pour Some Sugar On Me", "Animal", "Love Bites" 등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 앨범 『Hysteria』는 그야말로 메가히트를 기록한다. 이 앨범은 전세계적으로 1600만장이 팔렸는데, 그중 무려 1200만장이 미국 내에서만 팔린 기록이었다. 웬만한 팝가수들조차도 꿈도 못 꿀 엄청난 성공이었던 것이다.

            


이듬해인 88년의 스케줄을 수많은 공연활동으로 채우고, 다음해인 89년에는 밴드의 다섯 번째 앨범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앨범작업을 주로 했던 90년을 거쳐 91년 1월, 팀은 또 한번의 비극을 맞이한다. 기타리스트 스티브 클락이 알콜과 약물의 남용으로 사망하고 만 것이다. 사실 이 비극은 이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는데, 이미 약물과 알콜에 찌들어 있던 스티브 클락이 앨범작업에 참여가 힘들어지자 밴드는 그에게 휴식을 취할 것을 종용했고, 급기야 치료를 목적으로 재활원의 도움을 청했으나,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 채 결국 그의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때문에 앨범 『Hysteria』의 대부분의 기타사운드는 필 콜린의 연주에 의해 채워질 수밖에 없었고, 이후에 나오는 다섯 번째 앨범 『Adrenalize』 역시 같은 방식으로 녹음되었다.

1992년에 발표된『Adrenalize』는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등장부터 화려했으나 세간의 평가는 호평과 불만이 뒤섞여 있었다. 앨범은 결국 600만장의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또 한번 기록하게 되지만, 이미 이들의 정점이 『Hysteria』 시절로 기억된 이후였다. 스티브 클락의 죽음으로 공석이 된 기타리스트의 자리는 이후 Dio, Whitesnake를 거친 기타히어로, 비비언 캠블(Vivian Campbell)이 차지한다.

            


Def Leppard: 1993 "Retro Active"

Def Leppard:
Retro Active
(1993)

01. Desert Song
02. Fractured Love
03. Action
04. Two Steps Behind (Acoustic Version)
05. She's Too Tough
06. Miss You In A Heartbeat
07. Only After Dark
08. Ride Into The Sun
09. From The Inside
10. Ring Of Fire
11. I Wanna Be Your Hero
12. Miss You In A Heartbeat (Electric Version)
13. Two Steps Behind (Electric Version)


데프 레퍼드의 싱글 B-side 곡들과 미발표곡, 그리고 몇곡의 커버곡들로 채워진 『Retro Active』(1993)는 정규앨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했고, 전세계적으로 2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 앨범의 구상은 싱글 “Two Steps Behind"의 히트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이 곡은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영화 ”Last Action Hero"에 삽입된 발라드로, 당시 빌보드 싱글차트(Top 40 Mainstream) 5위를 기록한 바 있다. 애초에 이 노래는 이전 싱글의 B-side곡이었기 때문에 새로 발표하면서 스트링 섹션(Michael Kamen에 의해)을 추가하고 믹스를 다시 했으며, 이 노래의 히트로 스티브 클락 시절의 곡들의 정리와 함께 새로운 밴드 체제를 맞이하기 위해(라는 명분이었지만 사실 음반판매고를 고려한 선택이었을) 여러 곡과 함께 앨범을 완성한 것이 『Retro Active』였다.

 

정규앨범이 아닌 컴필레이션 앨범이기 때문에 『Retro Active』에서의 곡들의 응집력은 매우 약하다. 별다른 아트웍 없이 가사만 달랑 적혀있는 앨범의 부클릿에는 새로운 멤버인 비비언 캠블의 모습이 실려있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대부분의 곡들이 스티브 클락 시절에 완성된 노래들이다. 첫 트랙 “Desert Song"은 87년에 녹음된 노래로 전성기의 데프 레퍼드 치고는 비교적 헤비하고 어두운 리프를 들려주는 곡이다. 이어지는 ”Fractured Love" 역시 전성기였던 86년에 완성된 노래다.

세 번째 트랙인 “Action"은 초창기 데프 레퍼드 멤버들이 좋아했던 그룹 Sweet의 커버곡인데, 팝메탈의 최고봉에 있었던 데프 레퍼드답게 경쾌한 사운드가 작렬하는 뛰어난 리메이크곡이다. ”Action"을 듣고 나면 드디어 이 앨범의 존재가치(?)였던 “Two Steps Behind"가 청자를 맞이한다. ”Two Steps Behind"는 어쿠스틱 악기들로 연주된 발라드 곡으로, 데프 레퍼드의 뛰어난 멜로디 감각과 마이클 케이먼이 창조한 아름다운 현 섹션인 잘 어우러진 감미로운 노래다. 개인적으로 이곡이 나에겐 어쿠스틱 악기의 매력을 가장 처음 알게 해준 노래인데, 그래서 데프 레퍼드의 앨범 중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이 『Retro Active』가 되었다. 지금 들어도 무척 아름다운 노래다.

밴드가 85년에 완성한 신나는 락큰롤 곡인 “She's Too Tough"는 전형적인 80년대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노래이며, 92년 제작된 ”Miss You In A Heartbeat"는 “Two Steps Behind"에 필적하는 아름다운 발라드곡이다. 피아노 연주와 기타 아르페지오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슬쩍 슬쩍 드라이브 걸린 기타가 모습을 드러내는 진행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 앨범의 일곱 번째 노래인 ”Only After Dark"는 70년대의 글램락커인 믹 론슨(Mick Ronson)의 곡을 커버한 것으로 데프 레퍼드의 음악적 진원지가 과연 어디인지 알 수 있는 곡이다.

“Ride Into The Sun"은 또 한번 80년대의 리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노래로, 이들의 78년의 EP 『The Def Leppard』에 처음 수록되었으며, 『Retro Active』에는 87년에 재녹음한 버전으로 실려 있다. 독특한 발라드인 ”From The Inside", 『Hysteria』시절 함께 녹음된 “Ring Of Fire", "I Wanna Be Your Hero"를 거쳐, 일렉트릭 버전의 ”Miss You In A Heartbeat", "Two Steps Behind"가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정지버튼을 누르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어쿠스틱 기타의 짧은 솔로와 함께 피아노로만 연주된 “Miss You In A Heartbeat"이 한 번 더 반복된다.

『Retro Active』는 분명 밴드의 명성에 기대어 판매고를 의식한 컴필레이션 앨범이지만, 수록곡들 면면의 매력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단지 서로 다른 시기에 녹음되었기 때문에 사운드상의 이질감이 존재하는 것뿐으로, 90년대로 넘겨진 80년대의 양질의 사운드를 맛보고 싶다면 본 앨범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미지출처

www.defleppard.com

                  

www.artistdirect.com

                  

www.allmusic.com

* 참고사이트

www.defleppa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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